美연방정치의 벽 20년만에 넘었다…영 김, 당선 유력

앤디 김 아쉬운 석패, 펄 김 아름다운 도전
첫 게이 주지사, 무슬림 여성 의원도 입성
  • 등록 2018-11-07 오후 5:50:04

    수정 2018-11-07 오후 5:52:00

△미 캘리포니아 39선거구에 도전한 영 김 공화당 후보가 6일 미 중간 선거 결과를 들은 후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영 김 후보의 당선이 유력해지면서 20년만에 한인 정치인이 미 연방의회에 진출하게 될 전망이다. [사진=AFP제공]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20년 만에 한인 정치인이 미국 하원의원에 입성할 것으로 보인다. 7일(현지시각) 새벽 3시 40분 개표가 79% 이뤄진 가운데 캘리포니아주 제39선거구에 공화당 소속으로 출마한 영 김(56·한국명 김영옥) 후보는 53%를 득표, 민주당 소속 후보 길 시스네로스(47%)를 크게 앞서며 사실상 당선이 유력하다.

만약 그가 당선된다면 1998년 김창준 전 하원의원이 3선을 지낸 후 끊긴 한인 연방정치인의 명맥이 20년만에 되살아나는 셈이다. 주의회에는 한인들도 종종 진출했지만 연방의원은 지금까지 단 한 명도 없었다. 영 김 후보가 도전한 39선거구는 로스엔젤레스(LA)와 오렌지 카운티, 샌버나디노 등 3개 지역에 걸쳐있는 곳으로 공화당과 민주당의 최대 격전지 중 하나다. 풀러튼 등 한인타운도 포함돼 있다.

영 김 후보는 1962년 인천에서 태어나 1975년 가족과 괌으로 이주했다. 고등학교 졸업 이후 캘리포니아주로 이사해 서던캘리포니아(USC)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21살이던 1990년부터 지한파인 에드 로이스 하원 외교위원장의 보좌관으로 아시아정책을 담당해왔고 2014년에는 캘리포니아주 하원의원에 당선, 최초의 한인 여성 주의원으로 2년 동안 활동하기도 했다. 공화당 출신이지만 영 김 후보는 자신이 이민자인 만큼 트럼프 대통령의 반(反)이민 정책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태도를 취해왔다.

영 김과 함께 도전장을 내민 앤디 김(36·뉴저지 제3선거구) 민주당 후보는 톰 맥아더 공화당 후보와 0.9%포인트 격차로 석패했다. 오션·버링턴 카운티에 걸친 3선거구는 백인 주민 비율이 압도적이고 전통적으로 공화당 성향이 강한 곳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신인인 한인 2세의 도전은 그 자체만으로 의미있다는 평가다. 앤디 김 후보는 안보전문가로서 버락 오바마 행정부 당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이라크 및 이슬람국가(IS) 담당 보좌관과 나토(NATO) 사령관 전략 참모를 지냈고 국무부와 상원 외교위에서도 일한 경험이 있다.

이외에도 이날 선거에서는 인종과 나이, 성(性)정체성을 뛰어넘는 ‘최초’의 기록들이 나왔다. 콜로라도 주지사에 출마한 재러드 폴리스 민주당 하원의원은 역사상 처음으로 자신의 성 정체성을 공개한 동성애자 남성 주지사가 됐다. 여태까지 성소수자 주지사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밝히고 선출된 사례는 폴리스 후보가 처음이다. 그는 선거 유세과정에서 도널드 트럼프의 반(反) 성소수자 발언을 비판하기도 했다.

무슬림 출신 여성 의원 2명도 처음으로 미 연방의회에 입성했다. 팔레스타인계 미국인 라시다 탈리브(42·민주)와 소말리아계 일한 오마르(37·민주) 후보가 그 주인공이다. 아울러 29세 바텐더 출신인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즈 후보가 미국 뉴욕주 제14선거구 하원의원 선거에 출마, 여유롭게 승리를 확정했다. 그는 지난 6월 민주당 경선에서 10선 현역의원인 조 클로리를 꺾어 전국적인 화제를 모았다.

한편 현실의 높은 벽을 넘지 못하고 아름다운 도전으로 끝난 이들도 있다. 여성 검사 출신으로 펜실베이니아 연방하원의원 5선거구에 도전한 공화당 소속 펄 김(39·한국명 김희은) 후보는 민주당 메리 스캔런 후보에게 패했다. 전통적으로 민주당세가 강했던 지역인 만큼 지역정서의 벽을 넘지 못했다는 평이다. 또 미국 역사상 최초의 흑인 여성 주지사를 노린 스테이시 에이브럼스 민주당 후보는 조지아 주지사 선거에서 패배, 최초의 플로리다주 흑인 주지사에 도전했던 민주당 소속 앤드루 길럼 후보도 공화당 소속 론드샌티스 후보에게 박빙으로 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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