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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주 전 장관은 그리 ‘베스트 장관’은 아니었다. 주 전 장관 시절 오히려 산업부의 경쟁력이 떨어졌다는 얘기도 적지 않다. 그간 산업부는 주로 사무관부터 아이디어를 짜내 정책을 만드는 ‘바텀 업’ 방식을 취했다면, 주 전 장관 시절에는 대부분 ‘탑 다운’ 방식으로 일을 처리했다. 위에서 정책을 지시하다보니 산업부 내 자유로운 의사소통이 사라져 획일적인 정책만 만들어졌다고 꼬집는 직원들이 대다수다. 주 전 장관의 맘에 든 산업부 공무원이 손에 꼽을 정도였다고 한다.
백 장관은 달랐다. 직원들에게 해당 산업분야에 대해 정통할 것을 요구하면서도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는 자유로운 분위기를 조성했다. 하지만 교수 출신인 ‘어공(어쩌다 공무원)’이다보니 현황 파악이나 조직 장악력이 상대적으로 ‘늘공(늘 공무원)’보다는 떨어지는 것으로 비춰졌다. 백 장관에 대한 평가가 박했던 이유다.
그랬던 백 장관이 다시 직원들 사이에서 재평가를 받고 있다. 계기는 지난달 26일 강원도 정선군에서 발생한 한덕철광 매몰사고 때다. 사고 소식을 접한 백 장관은 당일 저녁 서울에서 출발해 오후 10시쯤 충북 제천시에 있는 명지병원과 서울병원을 방문해 입원 중이던 부상자들과 만났다. 오후 11시부터는 강원도 영월의료원 영안실로 이동해 유가족들을 찾았다. 일정이 워낙 급하게 진행되다보니 수행하던 산업부 간부도 없었다. 유족들의 하소연을 1시간 가량 묵묵히 홀로 들을 수밖에 없었다.
백 장관은 새벽 1시부터 3시간가량 유가족들과 간담회를 하면서 한덕철광 사장의 사과를 받아내고, 향후 경찰 수사방향을 유족에게 들려줬다.
다음날 백 장관은 또 다시 영안실을 찾았다. 유족들이 제대로 보상을 받기 위해서는 법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대한석탄공사의 보상전문가를 바로 불렀다. 유족들에게 어떤 식으로 해야 보상을 받을 수 있을지 자문해 달라고 부탁했다. 유족들이 그제서야 “만족한다”고 하자 백 장관은 자리를 떴다. 울분이 터졌던 유가족들의 마음이 어느 정도 풀린 계기가 된 셈이다.
물론 장관 직(職)은 진정성만으로 지킬 수 있는 자리는 아니다. 진정성을 바탕으로 정책을 만들고, 실제 현장에서 효과가 발휘돼야 한다. 아직 한덕철광의 안전관리 규정 위반에 대한 제재 등 후속조치는 나오지 않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등이 나와야 산업부가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하지만, 한달이 지난 시점에서는 더디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산업부는 유독 갈등을 풀어야할 사안이 많다. 10년 넘게 갈등을 빚고 있는 ‘밀양 송전탑’ 문제를 비롯해, 사용후핵연료 등 고준위방사성폐기물처리장 부지선정도 수년째 매듭짓지 못하고 있다. 이해관계자간 갈등이 많은데도 산업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백 장관의 진정성은 갈등을 풀 수 있는 하나의 계기는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산업부 관계자는 “백 장관을 보면서 소수에 불과하다고 소통 없이 정책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분명히 하게 됐다”면서 “이해관계자들과 충분히 소통하면서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정책을 짤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