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사이언스 청약 첫날 14兆 뭉칫돈…"발품팔아 한주라도 더"

평균 경쟁률 75.87대 1 기록 빅히트 기록엔 못 미쳐
증시대기자금 67조원 청약 둘째 날 뭉칫돈 몰릴 수도
  • 등록 2021-03-09 오후 7:24:30

    수정 2021-03-09 오후 10:00:18

[이데일리 이지현 유준하 기자] “뉴스를 보고 왔는데 계좌 개설 관련 내용도 너무 복잡하고 사람도 너무 많네요. 부지런하지 않으면 투자도 못할 것 같아요.”

9일 서울 여의도 한국투자증권 본사에서 만난 주부 한유정(53)씨는 이같이 말했다. 기업공개(IPO) 초대어로 기대를 모은 SK바이오사이언스가 본격적인 공모주 청약에 나서자 증권사 객장은 휴가를 내고 온 직장인부터 머리가 희끗희끗한 노인까지 대거 몰렸다.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첫날 성적표 76대 1…14조원 몰려

대표주관사인 NH투자증권(005940)에 따르면 SK바이오사이언스의 첫날 종합 청약경쟁률은 75.87대 1로 집계됐다. 지난해 청약 붐을 몰고 온 SK바이오팜(326030)의 청약 첫날 최종 경쟁률인 61.93대 1을 웃도는 수치다. 하지만 빅히트(352820)(89.6대 1) 기록은 넘지 못했고 카카오게임즈(427.45대1) 기록에는 한참 못 미쳤다.

증권사별로 보면 NH투자증권 82.38대 1, 한국투자증권 78.16대 1, 미래에셋대우증권 63.32대 1, SK증권(001510) 30.90대 1, 삼성증권(016360) 154.08대 1, 하나금융투자 66.14대 1로 나타났다.

청약 경쟁률로 산출한 총 청약 증거금(청약대금의 50%)은 약 14조1473억원으로 추산됐다. 이는 SK바이오팜과 빅히트의 첫날 청약증거금 5조9412억원, 8조6242억원을 웃도는 수준이다. 카카오게임즈의 16조4140억원 기록은 넘지 못했다.

청약신청건수는 126만1114건이나 됐다. 청약신청수량은 4억3530만주로 1계좌당 평균 345주 정도를 청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청약금으로 1121만원 규모다.

청약방식이 비례방식에서 ‘균등 50%+비례 50%’으로 바뀌면서 10주(32만5000원) 단위의 소액 청약이 크게 늘고 있는 가운데 1억원 이상의 뭉칫돈 청약도 함께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청약을 위해 증권사 객장을 찾는 이들이 지난 1월부터 크게 늘었다. 가족계좌까지 만들어 청약 준비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평균 경쟁률은 100대 1을 넘기지 않은 것으로 미뤄볼 때 아직 관망 중인 이들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이는 증시 대기자금에서도 확인된다. 금융투자협회 통계에 따르면 증시대기자금은 청약 전날인 8일 기준 67조로 집계됐다. 7일과 비교하면 0.3%(2000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지만 지난 4일(62조원)과 비교하면 5조 이상 늘었다. 일찌감치 청약 준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보통 청약경쟁률은 첫날보다 둘째 날에, 오전보다 오후에 청약이 대거 몰리는 경향이 있다. 조금이라도 경쟁률이 낮은 곳에 넣기 위해 치열한 눈치작전이 펼쳐지는 것이다. 한 투자전문가는 “10일 점심 이후 경쟁률도 높아지겠지만, 청약증거금도 대거 몰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발품 팔면 1주 더…복수 청약객 객장으로

이번 청약의 특징은 계좌가 많을수록 1주 더 확보할 수 있는 까닭에 발품을 파는 이들이 유독 눈에 띄었다. 특히 주관사에 인수단까지 참여 증권사만 6곳이나 돼 6곳의 계좌를 모두 확보한 이들도 나타나기도 했다.

올해 기업공개 ‘대어’로 꼽히는 SK바이오사이언스의 일반 공모주 청약이 시작된 9일 오전 서울 중구 을지로 NH투자증권을 찾은 시민들이 청약 공모를 하고 있다.(사진=방인권 기자)
NH투자증권 삼성동지점에서 청약을 마치고 미래에셋대우 테헤란밸리 지점을 다시 찾은 이정은(73)·장원석(78)씨 부부는 나란히 직원의 설명을 들으며 공모주 청약을 10주씩 했다. 이씨는 “신문을 보고 왔다”며 “1주라도 받으면 좋다고 해서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투 본사를 찾은 김준희(47)씨는 “오늘만 증권사 방문이 3번째”라며 “소액으로 청약할 수 있는 건 좋은데 왠지 증권사만 좋은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당초 금융당국은 복수 주관사를 통한 중복 청약을 제한하려고 했다. 하지만 아직 증권사 간 시스템이 연결되지 않아 중복청약을 확인할 수단이 없자,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선 1인 복수계좌 청약이 이번 청약의 묘수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최고 경쟁률이 나오더라도 청약에 참여하면 최소 1주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청약주관사와 인수단 모두 6곳에서 계좌를 만들어 최소 단위로 개별 계좌 청약 시 최소 6주 정도의 주식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증권사마다 계좌 정책이 달라 현장은 혼란스러워 보였다. NH투자증권, SK증권, 삼성증권의 경우 이미 8일까지 계좌를 만든 경우에 한해 청약을 받았다. 미래에셋대우와 한국투자증권, 하나금융투자는 청약 마지막 날인 10일에도 비대면 계좌 개설 시 청약에 참여할 수 있어 신규 계좌를 만들려는 이들이 대거 몰린 것이다.

한투 관계자는 “오전부터 화장실 갈 시간도 없었다”며 “지난주부터 청약을 위한 계좌 개설 문의 고객이 확 늘어났다”고 혀를 내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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