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9주기, 與 출정식 방불.. MB재판 지켜 본 보수야당 불참

23일 봉하마을서 추도식 엄수
박원순·오거돈·김경수·이용섭·김영록 참석
한국당 바미당 작년과 달리 불참.."민주당, 노무현 정신 자격없어"
  • 등록 2018-05-23 오후 5:56:29

    수정 2018-05-23 오후 6:02:19

23일 오후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서 열린 고 노무현 전 대통령 9주기 추도식에 참석자들이 노 전 대통령을 추모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경남 김해=이데일리 조용석 조진영 기자]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9주기인 2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추도식이 열렸다.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했던 지난해와 달리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민주당 의원을 비롯해 진보진영 정치인과 지방선거 출마자들은 노 전 대통령을 추억하며 남북관계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보수진영 정치인들은 참석하지 않아 지난해와 묘한 대조를 이뤘다.

남북관계 훈풍..‘한반도 평화’ 강조한 추도식

노건호 씨가 23일 오후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린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9주기 추도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날 추도식에서는 ‘한반도 평화’가 강조됐다.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을 하는 장면이 연이어 무대 옆 화면을 채웠다. “평화가 있어야 통일이 있다”는 노 전 대통령의 생각과 4·27 남북정상회담이후 어느 때보다 따뜻해진 남북관계를 반영한 영상이었다. 노무현재단 이사장인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역사가 이렇게 전진하고 발전한다. 이제 금강산이 곧 열릴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있다”며 “기차타고 평양으로 해서 단둥을 거쳐 유럽으로 가는 그날이 멀지 않았다”고 말해 추모객들의 박수를 받았다.

정세균 국회의장도 공식 추도사에서 “지역주의와 냉전의 벽을 허물고 평화와 번영의 시대로 나아갈 수 있도록 지혜와 용기를 달라”고 말했다. 이어 ”사람사는 세상의 문은 활짝 열렸지만 그 기쁨만큼이나 당신의 빈자리가 아쉽기만 하다“며 ”구시대의 막내가 아니라 새시대의 밀알로 거듭난 당신을 결코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유족 인사를 위해 단상에 오른 노 전 대통령의 장남 노건호씨는 다소 침울해진 분위기를 농담으로 풀었다. 노씨는 ”지난 1년간 참 많은 일이 있었다. 먼저 머리가 다시 났다“고 말했다. 지난해 추도식에서 탈모를 이유로 삭발한 채 등장했던 점을 상기시킨 것. 권양숙 여사를 비롯해 참석자들 사이에서 미소가 번졌다. 그 역시 “한반도 평화정국은 지금도 조마조마한 순간을 헤쳐나가고 있다”며 ”내년 10주기에는 부디 북의 대표도 (추도식에) 함께할 수 있는 상황과 여건이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추도객 “김경수” 연호..與 지방선거 출정식 방불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경남지사 예비후보가 23일 오후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린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9주기 추도식에서 추모객들과 인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날 추도식에는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홍영표 원내대표, 이해찬 의원(노무현재단 이사장) 등 60여명의 민주당 국회의원이 참석했다. 특히 민주당 소속 광역단체장 후보들이 대거 참석해 6·13 지방선거 출정식을 방불케했다. 후보등록(24~25일)을 하루 앞두고 박원순(서울) 오거돈(부산) 김경수(경남) 이용섭(광주) 김영록(전남) 후보가 추도식장을 찾았기 때문이다. 특히 노 전 대통령의 비서관 출신인 김경수 경남지사 후보가 등장하자 추모객들은 이름을 연호하고 악수를 요청했다. 김 후보는 출마 전까지 봉하마을이 있는 경남 김해을 국회의원이었다.

다만 이재명 경기지사 후보는 봉하마을 추도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이 후보는 “올해는 정초에 신년참배와 인사도 드렸고 출마선언 며칠 전에는 출마선언 겸 미리 다녀왔다”며 “이번 기일에는 수원 연화장에서 추모를 드리겠다”고 말했다. 친노 직계로 분류되는 박남춘 인천시장 후보도 이날 행사에 참석하지 않았다. 박 후보측은 “수시로 봉하마을을 방문해 노 전 대통령 묘소에 참배하기 때문에 이번 행사에는 참석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야당에서는 장병완 민주평화당 원내대표와 이정미 정의당 대표 등이 참석했지만,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보수진영 인사들은 참석하지 않았다. 지난해 추도식 당시 박맹우 자유한국당 사무총장과 주호영 바른정당 대표가 참석한 것과 대조적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 재판일인데다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보수야당은 추모의 의미보다 민주당에 대한 비판에 더 무게를 뒀다. 신용현 바른미래당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아직 노 전 대통령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진다”면서도 “민주당은 반칙과 속임수로 철저하게 위장된 ‘드루킹 게이트’ 앞에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지를 따른다 말할 자격이 있느냐”고 말했다. 이어 “노 대통령 당시 청와대에 근무했던 행정관 출신인 송인배, 김경수가 게이트의 핵심으로 부상했다”며 “대통령의 오른팔로 여겨지던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는 미투의 핵심 당사자로 법의 심판을 받고 있다”고 비판했다. 자유한국당은 홍준표 대표 명의의 화환을 보냈지만 노 전 대통령에 대한 별다른 논평을 내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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