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마켓in 이건엄 기자] 동국제강(460860)의 차입금 중 90% 이상이 만기가 1년도 안 남은 단기차입금인 것으로 나타났다. 열위한 신용등급과 이에 따른 회사채 발행 중단으로 차입구조 장기화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단기차입금 비중이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최근 동국제강의 현금창출력이 급격히 둔화되고 있는 만큼 유동성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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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중 단기차입금은 9412억원으로 전체 차입금 중 91.7%를 차지했다. 사실상 대부분의 차입금 만기가 1년도 채 남지 않은 상태다. 통상 신용평가업계에서는 적정 단기차입금 비중을 50%로 판단한다.
동국제강의 단기차입금 비율이 이처럼 높은 것은 자금조달 방법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열위한 신용등급 탓에 회사채를 비롯한 장기차입금을 통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단기차입금 비중을 높게 가져갈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다.
실제 동국제강은 지난 2020년 80억원 규모의 사모채 발행을 끝으로 회사채 시장에 발을 들이지 않고 있다. 이 영향으로 국내 3대 신용평가사는 지난 2022년 동국제강의 신용등급 부여를 취소한 바 있다. 동국제강의 직전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은 2022년 기준 ‘BBB+’로 투기등급에 해당한다.
업계에서는 높은 단기차입금 비중이 동국제강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동국제강의 유동성이 전반적으로 좋지 않은 상황에서 차입금 만기를 짧게 가져갈 경우 대응이 어려울 수 있다는 설명이다.
수익성 악화에 따른 현금창출력 둔화도 뼈아프다. 중국 경기 침체 장기화와 건설업황 악화로 영업활동에서 유입되는 현금이 급감하면서 유동성 확보가 쉽지 않아졌다는 평가다. 동국제강은 올해 3분기 봉형강과 후판 부문 판매량 저하로 실적이 시장 예상치를 밑돌았다.
동국제강의 올해 3분기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554억원으로 전년 동기 1391억원 대비 60.2% 급감했다. 매출은 8386억원으로 같은 기간 1조790억원 대비 22.3% 줄었다. EBITDA는 이자와 세금, 감각상각비, 무형자산상각비 등을 차감하기 이전 이익으로 기업이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이는 현금 창출 능력을 뜻한다.
EBITDA를 매출로 나눈 EBITDA 마진은 같은 기간 12.9%에서 6.6%로 6.3%포인트(p) 하락했다. 사실상 동국제강이 일으킨 매출 100원 중 6.3원만 현금으로 유입된 셈이다. EBITDA 마진율은 EBITDA에서 매출을 나눈 것으로 매출 중 감가상각과 세금, 이자 차감 전 이익이 어느 정도 되는지를 나타내는 수익성 지표다. 영업이익률도 9.8%에서 2.6%로 7.2%p 하락했다.
일각에서는 부채비율을 낮춘 동국제강이 신규로 신용등급을 획득하고 회사채 발행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 장세욱 동국제강 부회장은 부채비율을 100% 이하로 낮추고 신용등급 A를 회복하겠다는 목표를 밝힌 바 있다. 동국제강의 부채비율은 올해 3분기 말 기준 92.2%다.
한편 동국제강 측은 대부분의 차입금이 만기 시 롤오버(Roll-over)가 가능한 만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롤오버는 차입금의 만기가 도래했을 때 이를 상환하지 않고 새롭게 대출을 받아 기존 대출을 갱신하거나 연장하는 것을 의미한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금리변동에 즉각 대응하기 위해 계약상 단기 조달 비중이 높다”며 “금리 인하 구간에 들어온 만큼 유리한 상황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단기차입금 대부분이 만기 연장이 가능하다”며 “크게 문제될 사안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