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뜻대로' 푸틴 개전 명령에 우크라 3면서 공격 개시

우크라 동부에 평화유지군 파병 결정 이틀만에 공습
서방 전망대로 '명분 쌓기' 후 군사작전 전격 단행
국제사회 "즉각 중단하라" 강력 규탄
중국 "대화 해결" 원칙적 입장만 반복
교민 64명 체류…36명 철수 예정
  • 등록 2022-02-24 오후 7:18:21

    수정 2022-02-24 오후 9:02:56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푸틴 대통령밖에 모른다”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계획이 현실화됐다. 시나리오는 예상한대로였지만 침공 시점은 예측할 수 없었고 속도는 빨랐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새벽 특별 군사작전 개시를 전격 선언하자 수도 키예프를 비롯해 우크라이나 곳곳이 포격을 당했다.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군사 시설과 국경 수비대를 정밀 타격하는 한편, 우크라이나 동부와 남부, 북부 3면에서 일제히 공격을 개시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진영과 맞대고 있는 서쪽을 제외한 접경지역에서 파상공세가 이뤄졌다.

러시아군은 푸틴 대통령의 선전포고 즉시 우크라이나 전역에 대한 포격을 단행하고 지상군을 진격 시켰다. (사진= AFP)


푸틴 개전명령에 동시다발 공격…지상군 진입도 속전속결

침공은 철저히 푸틴 대통령의 계획에 따라 진행됐다는 분석이다. 러시아는 22일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도네츠크주·루간스크주) 지역의 분리주의 세력인 자칭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측의 분리 독립을 승인했다. 이어 이 지역에 대한 평화유지군 파병을 승인했다. 우크라이나 영토에 러시아군을 들이기 위한 포석을 마련한 것이다.

다음 단계는 본격적인 명분 마련이었다. 23일 DPR과 LPR의 수장은 서면으로 러시아에 우크라이나군의 침공을 격퇴하기 위한 지원 요청을 했다. 분리주의 세력의 독립을 승인하면서 맺은 우호협력 및 상호원조 조약에 의거해 언제든 러시아 군대가 움직일 조건이 성립됐다.

결국 이날 푸틴 대통령은 “군사작전의 유일한 목표는 주민 보호”라며, 우크라이나 전역에 대한 포격을 실시하면서 사실상의 전면전 개시를 알렸다. 우크라이나군에 따르면 현지시간으로 새벽 5시부터 우크라이나 전역에 러시아군의 공격이 시작됐다고 주요 외신은 전했다.

우크라이나 언론은 교전 지역인 동부뿐 아니라 수도 키예프의 군 사령부 중심지와 북동부 하리코프가 미사일 공격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현지 매체는 우크라이나 서부 리비우에서도 폭격이 발생했으며 키예프와 크라마토르스크, 오데사, 하리코프, 베르댠스크 등 우크라이나 전역에서 폭발음이 들렸다고 전했다.

러시아 리아 노보스티 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국방부는 우크라이나 곳곳의 군사 시설을 정밀 타격하고 있으며 우크라이나 방공망과 공군기지, 항공기 등을 무력화했다고 밝혔다.

개전을 선언한 지 몇 시간 만에 러시아 지상군도 여러 방향으로 우크라이나로 진입했다. 우크라이나 국경수비대는 2014년 러시아가 병합한 우크라이나 남부 크림반도에서 러시아 탱크 등 각종 군사 장비가 우크라이나로 진입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북부 벨라루스와의 국경을 따라서도 러시아군의 공격이 진행됐다. 이 역시 21일 종료 예정이던 벨라루스와 러시아의 연합 군사 훈련이 연장될 때부터 예견됐던 일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와 통화를 하고 러시아에 대한 가혹한 제재를 시행할 것이라고 재확인했다. (사진= AFP)


국제사회 일제히 러시아 규탄…중국은 원칙적 입장 반복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설마’ 했던 국제사회는 일제히 강하게 규탄하고 나섰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즉각 성명을 내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무모하고 부당한 공격을 감행했다”며 “수많은 민간인 목숨을 위험에 빠뜨렸다”고 비난했다. 그는 “러시아는 또다시 주권국이자 독립국을 공격하는 길을 선택했다”면서“이는 국제법을 심각하게 위반한 것이며 유럽-대서양 안보를 위협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 위기 국면에서 해결사를 자처했던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에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벌인 러시아의 결정을 강력히 규탄한다”면서 “러시아는 군사작전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총리는 “독일은 형용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언어로 푸틴 대통령의 부도덕한 행동을 비난한다”고 했고,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푸틴 대통령은 이 정당치 못한 공격을 개시함으로써 유혈사태와 파국이라는 길을 선택했다”고 규탄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트위터를 통해 “이 어두운 시기에 우리는 우크라이나와, 그리고 이유 없는 공격과 두려움에 직면한 무고한 여성, 남성, 아이들과 함께한다”며, 우크라이나의 인도주의적 위기를 부각시켰다.

중국만은 다른 태도를 보였다. 중국 정부는 이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관련 “대화로 해결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거듭 반복했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우크라이나 상황에 대한 질문에 “각국이 자제해 상황이 통제되지 않는 것을 피해야 한다”며 “(우크라이나 문제는) 복잡한 역사적 배경과 경위가 있고, 오늘날의 상황은 각종 원인이 함께 작용한 결과”라는 원칙적인 입장만 반복했다.

한편, 우크라이나 현지에 체류 중인 우리 국민은 전날과 같은 64명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공관원 및 러시아가 실효 지배하는 크림지역 교민은 제외한 숫자다. 다만 이 가운데 28명은 대사관을 통한 우리 정부의 지속적인 출국 권고에도 불구하고 현지에 생활 터전이 있다는 이유 등으로 잔류 의사를 밝히고 있다. 나머지 36명은 이날 이후 철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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