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한국인 입국을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국가나 지역이 늘어난 가운데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항공기들이 멈춰 서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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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국내 주요 공항이 항공기를 주차할 곳이 없어 몸살을 앓고 있다. 여행객이 몰리면서 부족한 승객용 공항 주차장 얘기가 아니다. ‘코로나19’ 여파로 운항을 중단한 노선이 늘어 하늘 위에 있어야 할 항공기가 주기장(항공기 주차장)에 대기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항공업계가 사상 초유의 항공기 주차난을 겪고 있다.
1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인천국제공항 등 전국 주요 공항 주기장은 한국발(發) 입국을 금지하거나 검역 강화·격리조치 등 입국절차를 강화한 곳이 110여개 국가·지역에 달하면서 날개가 꺾인 항공기들로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은 1·2여객터미널과 화물터미널에 각각 163대과 47대 항공기를 세워둘 수 있는데 주차공간이 꽉 찬 상태다. 김포국제공항도 89대 주기공간이 대부분 채워졌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대형 격납고를 보유한 대형항공사들도 비행기를 세워둘 곳 없어 지방공항인 무안, 사천공항까지 가야 할 형편”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그동안 항공기 공급이 수요를 창출하는 구조였는데 이제는 띄울 곳도 주차할 곳도 없어 애물단지 신세”라고 말했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항공기 등록현황에 따르면 작년 12월 기준 국적항공사 9곳이 보유한 국내·국제 항공운송사업용 항공기는 총 414대다. 코로나19 사태가 심화하면서 항공사들은 유례없는 수준인 80% 가량의 항공편 운항을 중단할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
대한항공은 여객 노선 총 124개 중 89개를 운휴했다.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은 사내 메시지를 통해 “보유 여객기 145대 중 100여대가 운항하지 못하고 주기 된 상태”라고 전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여객 노선 총 72개 중 47개 노선을 운휴했다.
| [그래픽=이동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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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비용항공사(LCC) 사정은 더욱 심각하다. LCC의 단거리용 비행기로 갈 수 있는 일본, 중국, 동남아 등 국제선은 사실상 봉쇄됐다. 제주항공은 국제선 82개 중 7개 노선만 운항하고 있다. 진에어는 국제선 32개 중 6개 노선만 운항하고 있다. 티웨이항공은 국제선 53개 중 2개 노선(인천~괌·사이판)만 운항 중인데 이마저도 조만간 운휴 할 예정이다. 소규모 LCC는 ‘개점휴업’ 상태다. 에어부산과 이스타항공, 에어서울, 플라이강원은 국제선 운항을 전면 중단하고 국내선만 띄우고 있다.
항공사들은 항공기를 띄울 노선이 줄어들면서 매출이 급감한 데 이어 주기장 이용료(공항 주차비)까지 불어나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항공기를 띄워도 적자, 세워놔도 적자인 셈이다. 인천국제공항의 주기료는 기종에 따라 천차만별인데 소형기(B737 등)를 하루 동안 주기장에 세워두면 약 32만원, 대형기(B747 등)는 약 157만원이다. 단순계산으로 국적 LCC 7개사가 보유한 항공기(157대)를 한 달간 세워둔다고 가정하면 주기료만 15억720만원에 달한다.
이와 관련해 주기료 감면 등 정부의 긴급 정책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는 “우리나라 민간항공 70년 역사에서 이렇게 ‘셧다운(일시적인 부분 업무정지 상태)’ 된 경우는 처음”이라며 “항공사가 살아야 공항도 공항공사도 살기 때문에 주기료에 대해서 한시적 감면책 등 정부차원의 긴급 지원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는 지난달 17일 공항시설사용료 납부유예 등을 포함한 ‘코로나19 대응 항공분야 긴급지원 방안’을 내놨지만,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한 국적 6개사 LCC 사장단은 지난달 28일 공항시설사용료 감면 조치 등을 요구한 공동 건의문을 냈다. 이후 정부는 LCC 지원을 위한 후속 조치 등을 긴밀히 협의 중이라고 밝혔지만, 아직 뚜렷한 대책은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한국인 입국을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국가나 지역이 늘어난 가운데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항공기들이 멈춰 서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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