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시울 붉힌 우원식..."울지 마세요" 위로한 이정미(종합)

추경 논의 문구 빼자는 자유한국당 제1야당 자리도 빼야
여당 시절 돌아봐야… 국민의당, 어느 편에 설지 정해야
  • 등록 2017-06-22 오후 5:57:02

    수정 2017-06-22 오후 5:57:02

[이데일리 선상원·유태환 기자]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2일 눈시울을 붉혔다. 자유한국당의 일자리 추가경정예산 관련 반대로 4당의 국회정상화 합의가 결렬된 뒤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다. 감정이 격해진 탓이다.

민주당 내 반응은 미묘하다. “오죽했으면”이라며 안타까워하는 의견과 “대야 협상 사령탑이 공식적인 자리에서 나약한 모습을 보여 걱정스럽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동시에 나온다. 그러나 다른 당인 정의당 이정미 의원은 “우원식 원내대표님 울지 마십시요”라며 응원 메시지를 보냈다.

“안타깝다”는 반응 속 “나약한 것 아니냐”는 걱정도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2일 오전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여야4당 원내대표 회동 결과를 발표하던 중 울먹이며 말을 잇지 못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우원식 민주당·정우택 한국당·김동철 국민의당·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10시쯤 국회 귀빈식당에서 인사청문회제도 개선과 7월 중 상임위원회 개최를 통한 업무보고 진행 등을 골자로 하는 합의문 채택을 논의했으나 회동 약 1시간여 만에 불발됐다.

우 원내대표는 회담 결렬 직후 기자간담회를 열고 “정부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아예 못하게 하는 것”이라며 “국민요구가 높은데 얘기도 못 하게 하는 것은 한국당이 정권교체를 인정 안 하는 것. 대선불복”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국회에서 논의도 못하겠다고 하는 것은 언어도단”이라며 “한국당은 국정 농단 세력이고 나라를 마비시킨 세력이다. 대선이 끝났으면 최소한 협조를 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 원내대표는 이 과정에서 “제가 정말 한 달 동안 참고 참으면서 그분들 얘기를 듣고 어떻게든 정부가 국민들에게...한국당 너무 하지 않나”라며 감정이 격해진 듯 눈시울을 붉혔고 이 때문에 간담회가 더 이상 진행되지 못했다.

이날 오전 정책조정회의 때만 해도 “조금 후에 진행될 여야 4당 원내대표 회담에서 교착 상태에 빠진 국회운영의 돌파구를 만들고 추경심사도 곧 개시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며 낙관적인 전망을 하던 와중에 예상치 못한 합의 불발이 충격과 울분으로 다가온 것으로 해석된다.

당내에서는 안타깝다는 의견이 대다수지만 일부에서는 공개석상에서의 이같은 모습에 우려를 표명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훈식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짠하다고 생각하고 다들 안타까워 한다”며 “무거운 짐을 혼자 짊어지고 계시는데 한국당이 해도 너무한다 생각한다”고 당내 분위기를 전했다. 반면 익명을 요구한 한 당내 의원은 “합의 무산 뒤 기자간담회에서 눈물을 보였으니 언론에서 ‘눈물 보인 무력한 여당 원내대표’식으로 해석할까 걱정이 된다”며 “원내사령탑으로서 공개적인 자리에서 나약한 모습을 보인 것은 아닌가 한다”고 했다.

“울지마세요”…응원한 이정미 의원

이정미 정의당 의원은 “우원식 원내대표님 울지 마십시오. 이런 생트집에는 눈물이 아깝다. 눈물은, 민주당 ‘을지로위원회’나 정의당 ‘비상구’를 찾아 온 영세자영업자, 비정규직 노동자, 우리 사회 약자들을 위해 흘려야 한다. 절대로 기죽지 마시고 국민을 믿고 굳건히 나아가면 국회는 반드시 정상화될 것”이라고 우 원내대표를 지지 성원했다.

얘기 나누는 심상정-이정미 (서울=연합뉴스) 배재만 기자 = 정의당 심상정 상임대표(오른쪽)가 5월 2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상무위원회 회의에서 이정미 의원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이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오늘 교섭단체간 원내대표 회동에서 자유한국당이 추경 논의를 거부해 합의가 이뤄지지 못했다. 추경 논의하자는 문구를 빼야 한다면, 자유한국당도 제1야당 자리 빼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의원은 “자유한국당은 지금 정권에 ‘그냥’ 반대하기 위해 국회를 공전시키는 알박기를 하고 있다. 착각하지 마십시오. 그 알박기 해도 땅값 안 오른다. 자유한국당에 대한 국민의 지지는 아예 땅 밑으로 꺼질 것”이라고 힐난했다.

자유한국당이 여당이었던 시절을 되돌아보라고 충고했다. 이 의원은 “본인들의 행태가 얼마나 낯 뜨거운지 돌아봐야 한다. 자유한국당은 지난해까지 추경안이 국회에 올 때마다 청년일자리 예산이니 통과시켜 달라고 했다. 하지만 새 정부가 부족하지만 일자리 수를 실제로 늘리는 예산을 가져 왔는데 거들떠보지도 않겠다고 한다. 청년실업률은 역대 최고로 재앙 수준인데 말로만 청년이고 말로만 일자리이냐”고 질타했다.

캐스팅보터 역할을 하겠다고 한 국민의당도 반성해야 한다고 했다. 이 의원은 “국민의당도 유감이다. 자유한국당이 아예 추경 논의 조차하지 말자는 말잔치를 벌이고 있으면, 같이 규탄하고 바로 잡아야 한다. 가만히 보고 있으면 돕는 것과 마찬가지다. 국민의당은 ‘그냥 정권 반대’하는 자유한국당 편에 설지, 개혁 바라는 민심의 편에 설지 정해야 한다”며 노선을 분명히 하라고 압박했다.

그러면서 정의당도 정부가 제출한 추경안을 그대로 통과시켜 줄 생각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 의원은 “심의에 착수해서 불필요한 것은 삭감하고, 더 필요한 것이 있다면 늘려야 한다. 하지만 그냥 반대는 구태이고 적폐이다. 지금 교섭단체 야당들은 민심과 정반대로 구태를 향해 역주행 중이다. 일자리 추경에 대한 논의조차 거부해 민생을 외면하고 있다. 이러면 국회가 국민의 미움만 산다. 정당하고 건전한 견제 기능을 상실하면, 국회는 헌법기관으로서의 신뢰를 지켜갈 수 없다”며 야당들에게 추경안 심사 참여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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