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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덩이처럼 불어난 밀린 집세를 감당하지 못한 세입자들이 길거리를 나앉는 것은 물론 집세를 받지 못한 집주인들이 은행 빚 등으로 파산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경우 미국 경제 전반을 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7일(현지시간)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 자료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올해 연말까지 세입자들이 내지 못한 집세가 총 72억달러(약 8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무디스 애널리틱스는 한술 더 떠 추가 경기부양책이 나오지 않는다면 연말까지 미지급된 집세가 무려 700억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봤다. 필라델피아 연은 추정치보다 10배 가까이 많은 규모다. 무디스는 1280만명의 미국인이 평균 5400달러의 빚을 지게 될 것이라고 추산했다.
문제는 이러한 조치가 내년 1월 또는 그 이전에 대부분 종료된다는 점이다. 대규모 세입자들이 살던 집에서 쫓겨나 거리로 나앉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특히 실직자가 몰려 있는 중산층 이하 계층, 그리고 여성과 유색인종에 피해가 집중될 것으로 관측되면서 부동산 시장뿐 아니라 미 경제 전반에 충격을 가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일각에선 3000만~4000만명의 미국 세입자가 퇴거 조치를 당할 수 있다는 예측도 제기된다. 미 인구조사국에 따르면 자녀가 있는 미국 임차인 가구 중 약 4분의 1이 현재 임대료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무디스의 마크 잔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피해 가정들은 가계 재정을 운영하는데 있어 선택을 해야만 한다. 임대료를 지불하기 위해 다른 지출을 줄여야 하는데, 이는 미 경제에 타격이 될 것”이라며 추가부양책을 하루라도 빨리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