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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형사12부(재판장 홍동기)는 1일 오후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추행과 강제추행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안 전 지사에 대해 징역 3년 6월을 선고하고 구속영장을 발부해 법정구속했다. 재판부는 또 안 전 지사에 대해 40시간의 성폭력치료프로그램 이수와 5년간 아동청소년 관련기간 취업제한 명령을 내렸다. 수갑을 찬 안 전 지사는 호송차에 의해 서울 구로구의 서울남부구치소로 이송됐다.
안 전 지사는 수행비서인 김씨를 2017년 7월 29일부터 지난해 2월 25일까지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4회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1회 △강제추행 5회를 각각 저지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항소심은 1심의 무죄판결을 뒤집고 총 10개의 개별 혐의 중 9개에 대해 검찰의 항소를 받아들여 유죄로 인정했다. 2017년 8월 안 지사 집무실에서의 강제추행 혐의만 제외했다.
2심 재판부는 피해자인 김씨의 진술에 대체로 신빙성이 있다고 보고 안 전 지사가 도지사라는 지위와 권세에 바탕을 둔 업무상 위력을 행사해 김씨에게 간음과 추행을 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안 전 지사는 김씨의 의사에 반해 4차례 간음하고 1차례 추행했고 또 4차례 걸쳐 강제추행을 했다”며 “김씨가 신분관계상 안 전 지의 지시에 순종하고 내부적 사정을 드러낼 수 없는 점을 이용해 범죄를 저질러 피해자의 성적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와 함께 김씨가 성폭력의 피해자로서 이른바 ‘피해자다운’ 행동을 했는지 여부는 진술 신빙성 판단 등에서 문제될 게 아니라고 판단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9일 결심공판에서 “이 사건의 본질은 권력형 성범죄로서 (안 전 지사가) 지위와 권세를 이용해 (김씨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한 것”이라며 1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4년을 구형했다. 안 전 지사는 이에 대해 최후진술에서 “도덕적, 정치적 책임감을 느낀다”면서도 “그 어떤 경우라도 제가 가지고 있는 힘을 통해 상대의 인권과 권리를 빼앗은 적은 없다”고 호소했다.
김씨는 안 전 지사 선고 후 유인물을 통해 입장을 밝혔다. 그는 “안희정과 분리된 세상에서 살게 됐다”며 “그 분리가 내게는 단절을 의미한다. 화형대에 올려져 불길 속 마녀로 살아야했던 고통스러운 지난 시간과의 작별이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제 진실을 어떻게 밝혀야 할지, 어떻게 거짓과 싸워 이겨야 할지보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더 고민하려 한다”면서 “내가 받은 도움을 힘겹게 홀로 증명해 내야하는 수많은 피해자분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고 했다.
지난해 8월 1심인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재판장 조병구)는 검찰의 공소사실 전부를 무죄로 판단했다. 안 전 지사에게 위력이 있었지만 김씨에게 실제 행사하지는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1심 재판부는 “김씨는 안 전 지사에게 처음 간음을 당하고 몇 시간 뒤 안 전 지사가 좋아하는 순두부 식당을 찾으려 애쓰거나 피해 당일 같이 와인바에 갔다”며 “당시 상황을 비춰볼 때 피해를 주장한 김씨의 진술에는 의문이 있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안 전 지사가 위력을 행사해 김씨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거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지는 않았다고 봤다. 1심 재판부는 그 근거로 안 전 지사가 △평소 수행비서인 김씨의 의견을 물어본 점 △직책이 낮거나 또는 나이 어린 사람들과 어울려 담배를 피우는 점 등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