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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남 경계영 기자] 결전의 날이 다가왔다. 세계 경제의 중심인 미국의 대선인 만큼 이목이 집중되는 가운데 금융시장과 정책당국도 ‘긴장모드’에 돌입했다.
시장은 민주당 대선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의 당선에 베팅하는 기류가 짙어지고 있다. 다만 지나친 쏠림을 경계하는 분위기도 역력하다. 지난 6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트라우마가 있어서다. 시장은 당시 브렉시트 부결을 점쳤다가 결국 ‘검은 금요일’을 맞이해야 했다.
정책당국의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국제회의 참석차 출장을 간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당초 일정보다 하루 앞당겨 귀국했다.
이주열 총재 이른 귀국…정책당국 긴장
이주열 총재는 8일 서울 남대문로 한은 본관에서 간부들과 금융·경제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하루 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선에 대해 “필요한 경우 시장안정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총재는 국제결제은행(BIS) 회의 참석차 출국했다가 9일 귀국하기로 했지만 그 일정을 하루 당겼다.
이 총재는 또 “대내외 여건의 불확실성이 과거 어느 때보다 높다”면서 “그런 만큼 만큼 앞으로 금융·외환시장을 면밀히 모니터링해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지난 6월 당시 브렉시트 결정 당시 크게 출렁였던 금융시장 움직임 등이 포괄적으로 논의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은 내부는 클린턴의 당선 쪽에 무게중심이 더 쏠려있다. 한 관계자는 “클린턴의 이메일 스캔들 무혐의 이후 시장은 클린턴 쪽으로 기운 것 같다”고 했다.
주환욱 기재부 경제분석과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미국 대선 후보 두 명 다 보호무역 성향을 나타내고 있어 수입 규제와 통상 압력 확대 우려가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 “파급 효과가 최소화하도록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국투자공사(KIC)도 이날 간부회의를 열고 미국 등 주요 투자대상국의 주식 채권 외환 부동산 등 시장 흐름을 파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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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턴 당선 선반영…쏠림 독 될 수도”
국내 금융시장의 경계감은 극에 달했다.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서울채권시장에서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거래일 대비 0.1bp(1bp=0.01%포인트) 하락한 1.425%에 거래를 마쳤다. 채권금리가 내리는 건 채권가격이 오르는 걸 의미한다. 10년물 금리는 0.5bp 하락한 1.702%에 마감했다
이는 간밤 뉴욕증시와 유럽증시가 일제히 오르고 미국 국채금리는 전구간 상승(국채가격 하락)하는 등 위험자산 선호 기류와도 약간 다르다.
채권시장 한 참가자는 “미국 국채금리가 상승하긴 했다”면서도 “두 후보간 지지율 격차가 워낙 작다 보니 불확실성은 커 보인다”고 했다
주식시장도 눈치보기 속에 보합권 등락을 반복했다.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0.29%(5.80포인트) 상승한 2003.38로 장을 마쳤다. 장 초반 2010선까지 올랐다가 다시 1990선까지 내려가는 등 관망세가 강했다.
서울외환시장 정도만 ‘클린턴 베팅’ 분위기가 비교적 강하다. 원·달러 환율은 8.1원(0.71%) 하락한(원화 강세) 1135.0원에 마감했다. 위험자산인 원화에 대한 투자심리가 달러화보다 상대적으로 컸던 것이다.
하락 폭이 커진 건 역외의 달러화 매도세 때문이었다. 한 시중은행 외환딜러는 “클린턴의 대통령 당선이 유력하다는 전망이 힘을 얻으며 역외에서 롱스탑(손절매도) 물량이 몰렸다”고 전했다.
정성윤 현대선물 연구원은 “클린턴의 근소한 우세가 점쳐지면서 금융시장은 클린턴 당선을 일부 선반영하기 시작했다”면서도 “브렉시트 교훈을 상기해야 한다. 한쪽으로 쏠린 선반영은 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