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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부총리가 삼성전자 공장을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직접 김 부총리를 맞았다. 국내 공개 행사에 참석하는 것 역시 지난 2월 집행유예 석방 이후 처음이다.
김 부총리의 삼성 방문을 두고 말이 많았다. 정부가 투자와 일자리를 ‘구걸’하는 것 아니냐는 자극적인 비판도 나왔다. 김 부총리도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어떤 기업에도 직접적으로 투자나 고용을 종용하는 일은 없다”고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그럼에도 김 부총리는 삼성을 방문한 자리에서 일자리를 강조했다. “일자리가 늘어나면 광화문 앞에서 춤이라도 추겠다”고 말했을 정도다. 논란이 신경 쓰이지만, 그렇다고 삼성을 빼고 일자리를 말하기에 상황이 심각하는 위기 의식이 깔렸다.
◇“삼성이 나서달라”..시종일관 역할론 강조
그만큼 일자리 상황이 녹록지 않다. 지난달 기획재정부는 하반기 이후 경제여건 및 정책방향 발표에서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3.0%에서 2.9%로 하향 조정했다. 일자리 목표를 32만명에서 18만명으로 수정했다. 일자리를 정부를 표방한 문재인 정부의 고용 참사가 점차 현실이 되는 분위기다.
김 부총리는 이 부회장과의 간담회 직전 방명록에도 “우리 경제 발전의 礎石(초석) 역할을 하며 앞으로 더 큰 발전하시길 바랍니다”라고 썼다. 이 부회장 등과 기념촬영을 할 때는 “혁신성장”이라는 구호를 외쳤다. 그는 시종일관 삼성의 역할을 강조했다.
◇“삼성이 모범 보여야”..달라진 삼성 요구하기도
김 부총리가 삼성에 무조건적인 면죄부를 준 건 아니다. 김 부총리는 “(삼성이) 동반성장의 모범을 만드는데 주도적 역할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김 부총리는 “(삼성이) 동반성장 지수에서 7년째 우수한 성적을 보인 것을 알고 있으나 중소벤처기업의 경쟁력 강화, 삼성이 갖고 있는 네트워크를 통한 개척, 기술개발에도 관심을 갖고 혁신해달라”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 경제의 대표주자로서 역할은 국민적 지지와 국내 투자자의 신뢰가 바탕이 돼야 한다”며 “투명한 지배구조, 불공정 거래관행 개선에도 노력해달라”고 덧붙였다.
삼성의 역할이 중요하지만, 과거와는 달라진 모습이 필요하다는 점을 노골적으로 요구한 셈이다. 삼성을 여전히 ‘적폐’로 인식하는 일부의 시각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이재용 “일자리 많이 만들고 자부심 느끼는 회사 되겠다” 화답
이 부회장은 김 부총리와의 비공개 오찬 자리에서 “삼성만이 할 수 있는 기술 개발과 사회에 도움이 되는 가치 창출을 열심히 해서 일자리를 많이 만들겠다”고 적극적으로 화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회장은 또 “기업의 본분을 잊지 않고 젊은이들이 꿈을 가질 수 있도록, 그리고 국민이 자부심을 느끼는 회사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투자와 고용 계획에 대한 발표는 없었지만 ‘기업의 본분’을 강조함으로써 이 부회장이 김 부총리의 요구에 성의 있게 화답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날 삼성은 김 부총리에 평택 공장 3~4라인의 전력확충 문제, 5G(5세대 이동통신), 외국인투자 문제에 관련해 상당히 구체적인 건의와 애로사항이 전달했고, 김 부총리도 “적절하게 답변을 드렸다”면서 적극적인 검토 입장을 밝혔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는 삼성 측에선 이 부회장,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 김기남·김현석·고동진 삼성전자 대표이사, 노희찬 삼성전자 사장, 진교영 삼성전자 사장, 고한승 삼성바이오 에피스 대표이사가 참석했다. 협력사에선 김영재 대덕전자 대표이사, 이용한 원익 IPS 대표이사가 참석했다. 정부 측에선 김 부총리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고용노동부·중소벤처기업부 차관,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 산업통상자원부·보건복지부 관계자가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