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사기로 얻은 강남아파트 분양권에 웃돈 붙여 되판 일당

위장전입·위장결혼 통해 청약 당첨확률 높여
최대 2억 5천만원 웃돈 받고 193세대 분양권 불법저내
불법구입자에 의사·변호사·교수 포함 "형사처벌 규정 없어"
  • 등록 2016-11-22 오후 5:23:03

    수정 2016-11-22 오후 5:23:03

청약통장 브로커 고모(48)씨 등이 서울 강남지역 아파트 분양권을 불법으로 사고 파는데 이용한 청약통장. (사진=서울지방경찰청)
[이데일리 유태환 기자] 서울 강남지역 아파트 분양권에 프리미엄(웃돈)을 붙여 판매하는 수법으로 수백억원을 챙긴 일당이 경찰에 적발됐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아파트 분양권을 불법매매한 혐의(주택법 위반 및 업무방해 등)로 청약통장 브로커 고모(48)씨와 분양권 매매업자 장모(53)씨 등 2명을 구속했다고 22일 밝혔다.

경찰은 전매제한 기간에 불법으로 분양권을 판매한 신모(47)씨와 분양권 매매업자 28명·청약통장 브로커 4명 등 232명은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전매제한은 새로 분양되는 주택에 당첨되면 일정기간 동안 분양권을 사고팔지 못하도록 하는 제도이다.

경찰에 따르면 고씨 등은 지난 2014년 7월부터 10월까지 서울 강남지역의 아파트 분양권을 확보한 뒤 웃돈을 받고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고씨 등은 주변 지인들을 통해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을 소개받아 각각 200만~1000만원을 주고 주택청약 신청에 필요한 주민등록증과 인감 등을 사들인 뒤 청약통장을 만들었다.

이들은 청약통장 명의자들을 분양지역에 위장 전입시키거나 서로 위장결혼시켜 부양가족 점수 등을 조작해 청약 당첨 확률을 높였다. 자녀 2명을 가진 남성과 자녀 3명인 여성을 허위로 결혼시켜 부양가족 수를 7명으로 늘리거나 한 자매를 5명의 남자와 번갈아가며 7차례 위장 결혼시키기도 했다.

고씨 등은 이들 명의의 청약통장으로 청약을 신청해 당첨되거나 이른바 ‘떳다방’ 등을 통해 확보한 강남지역 H아파트와 P아파트 분양권을 1억 5000만~2억 5000만원의 웃돈을 받고 팔았다.

경찰조사 결과 당시 H아파트와 P아파트가 분양한 599세대 가운데 32%에 달하는 193세대의 분양권을 고씨 등이 불법 판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이같은 불법전매로 이들이 챙긴 부당이득이 수백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고씨 등으부터 불법으로 분양권을 사들인 자 중에는 의사와 변호사, 대학교수 등도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이 끝나고 정상적으로 분양권을 거래한 것처럼 허위로 분양권 매매계약서를 작성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하지만 분양권 불법매수에 대한 형사처벌 규정이 없어 분양권 불법 구입자들은 과태료 처분에 그쳤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불법전매가 확인된 가구 전체를 관할구청에 통보하고 이 중 위장전입이나 위장결혼 등을 통해 부정당첨된 56건의 분양권 당첨을 취소해달라고 국토교통부에 의뢰했다.

경찰 관계자는 “불법으로 분양권을 사고 판 이들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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