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정부가 정비사업장들에서 신청한 분양가를 낮게 책정하면서 여러 사업장들이 사업 일정을 줄줄이 연기하고 있다. 분양가를 구성하는 땅값과 원자재비가 모두 올랐지만 정부가 이를 분양가에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있어서다.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 주원인으로 서울 내 공급 부족이 꼽히고 있지만 정부는 임기 말까지 여전히 분양가만 틀어쥔 채 공급을 가로막고 있다.
|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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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최근 분양 일정을 연기한 정비사업장은 수도권에서만 열두 곳에 이른다. 서울 은평구 역촌동 ‘센트레빌 파크프레스티지’이 대표적이다. 역촌1구역을 재건축하는 이 단지는 2018년부터 분양을 준비했으나 4년 넘게 분양이 밀렸다. 분양가 협상과 조합 내부 갈등 등이 겹친 탓이다. 역촌1구역 조합은 올 5월엔 분양을 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들 정비사업장들이 사업을 연기한 이유는 조합 내 사정도 있지만 분양가 책정이 현실적이지 않는 탓이 크다. 실제로 건축비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철근 가격은 1년새 57%, 시멘트 가격은 24%나 올랐다. 하지만 기본형 건축비는 8.0% 오를데 그쳐 원가 상승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 또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건설공사 원가를 나타내는 건설공사비 지수는 1년새 13% 올랐지만 수도권 아파트 평균 분양가격는 8.7%만 올랐다.
분양가 통제권을 쥔 지방자치단체나 공공기관에서 원가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분양가를 제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 등 도심 주택 공급은 대부분 정비사업 물량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이런 힘겨루기는 주택 공급 차질로 이어진다.
변수는 정권 교체다. 지난주 대통령 선거에서 분양가 규제 완화를 공약한 윤석열 후보가 당선됐기 때문이다. 정비업계에선 윤 당선자가 취임할 때까지 분양을 미루겠다는 움직임까지 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