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주 광풍]주알못도 주린이도 줄섰다…'신상 주식'에 대거 투자

SK바이오팜, 공모청약 31조원 몰려
예탁금 47조원·시중 부동자금 1119조원
모처럼 "돈 되는 주식' 출현에 너모 나도 청약
유동성 장세 '양날의 칼'…변동성 확대 주의해야
  • 등록 2020-06-24 오후 7:34:40

    수정 2020-06-24 오후 9:32:59

[이데일리 오희나 기자] 20대 여성 김 모씨는 최근 SK바이오팜 공모청약을 위해 SK증권 계좌를 새로 개설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폭락장에서 ‘씨젠’에 투자해 수익을 본 후 주식투자에 자신감이 생겼기 때문이다. 원유ETN에 투자해서 일부 손실을 보긴 했지만 이번에는 대기업 자회사에 미국 FDA승인 신약까지 보유하고 있는 바이오 회사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손실을 만회해볼 계획이다. 마침 만기된 적금도 있어 일단 청약 첫 날 2000만원 가량을 넣었다.

시중 자금 31조원이 SK바이오팜에 몰렸다. 마땅히 투자할 곳을 찾지 못해 떠도는 부동자금이 1100조원을 넘는 가운데 오랫만에 공모시장에 ‘대어’가 떴다는 소식에 일반 투자자들이 대거 청약에 나선 것이다. 특히 코로나19 여파에 국내주식시장이 1400선까지 급락했다가 두달여 만에 장기박스권 고점인 2200선에 육박하면서 V(브이)자 반등한 가운데 급등장을 눈앞에서 놓친 개미들은 돈 벌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봤다.

다만 이같은 현상이 유동성 과잉을 방증한다는 점에서 우려하는 시각도 나온다. 최근 원유 상장지수증권(ETN)이나 우선주도 ‘묻지마’ 투자로 급등했다 거품이 빠지면서 급락했듯 쏠림 현상이 발생하면 특정 자산에 거품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V자 반등 놓친 주변 자금, 증시 멤돌다 공모주에 몰려

24일 NH투자증권에 따르면 SK바이오팜 공모청약에 청약증거금 30조9889억원이 몰렸다. 청약경쟁률은 무려 323대1에 달한다.

주식시장에 들어올 기회를 노리고 주변을 맴돌던 시중자금이 공모주 시장으로 대거 유입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2일 기준 투자자예탁금은 47조2615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말 대비 19조9231억원 가량이 증가하면서 무려 72.88% 늘어났다. 투자자예탁금은 증권사 계좌에 넣어놓은 자금으로 언제든 주식시장에 유입될 수 있는 대기자금이다.

머니마켓펀드(MMF),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등에 머물고 있는 시중 부동자금 규모도 4월말 기준 1119조원에 달한다.

은행이자가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에서 부동산 시장 규제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갈 곳 잃은 돈이 모처럼 증시에 등장한 ‘대어’에 몰린 것이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SK바이오팜 이어 빅히트·카카오게임즈까지..“투자열기 이어진다”

전문가들은 SK바이오팜의 흥행배경에 대해 임상 초기 단계에서 상장하는 신약개발사와 달리 국내에서 유일하게 미국 출시 신약 2품목을 보유한 업체라는 점에서 주목받았다고 입을 모은다. SK바이오팜은 뇌전증 치료제인 엑스코프리와 수면장애 치료제인 수노시가 FDA의 최종 허가를 받고 미국에서 판매가 시작됐으며 각각 해외 제약사와 기술이전 계약까지 완료됐다.

특히 밸류에이션 매력이 높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당초 시장에서 바라본 적정 시가총액은 5조~6조원 수준인데 반해 공모가 상단 4만9000원을 적용, 시가총액 3조8000억원수준으로 결정하면서 밸류에이션 부담도 덜어냈다는 평가다. 기관투자가 80% 이상이 3개월, 6개월 의무보유확약을 신청해 초기 오버행 우려도 상대적으로 적고 코스피200 조기편입 가능성도 점쳐지면서 유동성 측면에서도 합격점을 받았다.

시장에서는 SK바이오팜의 청약 열기가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방탄소년단이 소속된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올해 4분기 코스피 시장에 상장할 가능성이 높고 카카오게임즈 등 대어들이 잇따라 IPO문을 두드릴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SK바이오팜 일반청약을 계기로 IPO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이라며 “한국만 그런 것은 아니고 미국에서도 적자임에도 클라우드·전자상거래 등 B2B 관련 기업들의 IPO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고 말했다.

유동성 장세 끝물 ‘모락모락’..“과도한 쏠림 경계해야”

기업공개를 통해 기업에 자금이 유입되고 투자자들은 수익을 볼 수 있는 선순환 구조로 이어지는 것은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성장 가능성이 있는 기업 IPO에 자금이 몰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IPO과정에서 기업에 자금이 유입되고 주가 상승으로 밸류에이션이 올라가면 기업금융으로 선순환을 일으킬수 있는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최근 씨젠 등 코로나19 관련 바이오주에 대한 투자열기가 원유ETN, 삼성중공업우선주 등으로 이어지면서 과열양상을 보이고 있어 과도한 쏠림은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최근 특례상장 등을 통해 증시에 입성하는 기업들이 많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는 조언이다. 이 기업들은 성장성은 높지만 적자가 지속되고 있어 주의해야 한다. SK바이오팜도 아직은 적자인 상태다.

허재환 연구원은 “일부 과열 조짐이 있어 단기적으로는 변동성 확대 요인이 될 수 있다”면서 “삼성중공업 우선주, 원유ETN 등 급등 양상을 보면 유동성의 ‘양날의 칼’을 보여주는데 시장의 버팀목이 될수도 있지만 이러한 현상은 유동성 장세 막판에 나타나는 양상”이라고 설명했다. 유동성의 힘으로 오른 만큼 변동성이 커질수 있는 국면이어서 리스크 관리를 잘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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