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화이트리스트 제외에 日정부 "광복절 앞둔 전시행정" 폄훼

사토 마사히사 부대신 트위터에 "별 영향 없을 듯"
日정부 관계자 닛케이에 "협의 없다" 입장 밝혀
"광복절 앞두고 국민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조치" 폄훼
  • 등록 2019-08-12 오후 11:10:19

    수정 2019-08-13 오전 7:42:51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2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일본을 한국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전략물자수출입고시 변경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한국이 일본을 협상장으로 끌어내기 위해 백색국가(수출 우대국)에서 일본을 제외하는 강수를 꺼내들었다. 이에 대해 일본은 세계무역기구(WTO) 규정 위반이라며 맞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토 마사히사 일본 외무성 부대신(우리나라의 차관격)은 12일 한국 정부가 일본을 ‘백색국가’(수출 우대국)에서 제외한 것에 대해 “일본에 대한 수출관리 조치 개선(見直し)라면 세계무역기구(WTO) 위반이라고도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사토 부대신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이것이 어떠한 이유인지 자세히 확인할 것”이라며 이같이 적었다. 그는 “다만 한국으로부터 일본에 들어오는 미묘한 전략물자는 거의 없는 것은 아닌가. 그다지 실질적 영향이 없을지도?”라면서 한국의 조치를 비하하는 듯한 발언을 남겼다. 사토 부대신은 최근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비정상”이라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던 인물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한국이 보복조치로 일본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했다면 앞으로 일본의 조치에 대해 WTO 위반이라고 주장하기 어렵게 된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는 일본이 일제 강점기 시대 징용 피해자에 대한 일본기업의 배상책임을 물은 한국 대법원에 대한 보복조치로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를 강화했다며 WTO 규정 위반이라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일본은 ‘안보상’ 우려에 따른 자국 내 수출 규제 관리 운용조치라며 WTO 위반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닛케이의 지적은 한국이 일본에 대해 똑같이 수출 관리 규정을 바꿔 ‘보복했다’면 WTO에 일본을 ‘보복조치’라며 기소할 만한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우리 정부는 일본을 백색국가에서 배제하면서 일본이 국제수출통제체제의 기본 원칙에 어긋나게 제도를 운영하고 있고 부적절한 운영사례가 지속적으로 발생해 긴밀한 국제 공조가 어렵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다만 기본 원칙에 어긋나는 제도가 무엇인지, 부적절한 운영사례가 무엇인지 밝히지는 않았다. 일본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면서 앞으로 어떤 품목을 제한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밝히지 않았다.

우리 정부는 이번 조치를 지렛대 삼아 일본 정부를 압박해 협상장으로 끌어낸다는 전략이다.

일본은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 강화가 어디까지나 ‘자국내 조치’라며 협상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달 12일 일본 경제산업성에서 열린 실무회의를 ‘국장급’에서 ‘과장급’으로 격하하며 ‘회의’가 아닌 ‘설명회’라고 주장한 것 역시 이같은 논리의 연장선이다.

정부는 이런 상황에서 이번엔 거꾸로 일본이 ‘협의’를 요청하는 상황을 만들어 공을 넘기겠다는 전략이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의견 수렴 기간 중에 일본 정부가 협의를 요청하면 한국 정부가 언제, 어디서건 이에 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일본은 한국을 WTO에 제소하기 위해서라도 사전에 협의를 진행했다는 기록을 남겨둬야 한다.

경제산업성은 이날 발표와 관련해 자세한 내용을 확인하고 영향에 대한 분석을 진행하기로 했다.

다만 익명을 요구한 일본 정부 관계자는 “협의할 생각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다른 일본 정부 관계자는 닛케이에 “(한국이) 광복절을 앞에 두고 일본에 대해 강한 태도를 (국민들에게) 보여줄 필요가 있었던 것이 아니냐”고 분석했다.

NHK에 따르면 일본이 지난해 한국으로부터 수입한 상품은 약 3조 5500억엔 규모로, 중국·미국·호주·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일본에 대한 수출이 가장 많은 국가다. 수입 품목 중 금액이 많은 것은 석유제품, 철강, 반도체를 포함한 전자 부품 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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