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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 마이크론 등 주요 메모리업체들이 모두 하반기 메모리 업황에 대해 “수요· 공급 모두 안정적”이라고 했는 데도, 모건스탠리만 계속 ‘딴 소리’다. 하지만 지금처럼 불확실성이 큰 시기에는 ‘기대’보다는 ‘경고’가 더 설득력 있게 들리기 마련이다. 3년 가까이 쉼 없이 올랐던 메모리 가격이 이젠 ‘숨고르기’에 들어갈 시기가 됐다는 점에서도 솔깃하다.
메모리 반도체시장은 모건스탠리 주장처럼 고점을 지나 ‘끝물’에 접어든 것일까. 몇 가지 확인해 볼 필요는 있어 보인다. 모건스탠리는 메모리반도체 시장을 부정적으로 보는 근거로 재고 증가, D램 수요 악화, 공급 증가 등을 제시했다. 삐딱하게 볼 수도 있는 것들이지만, 대세 하향을 주장하기엔 뭔가 좀 아쉽다.
부정적 전망이 나올 때마다 언급되는 ‘단골 메뉴’인 재고는 올해 늘어난 것이 맞지만, 정확히는 2015년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모건스탠리 주장대로 재고일수 증가가 반도체 업황 부진의 신호라면 지금의 반도체 슈퍼사이클(초호황)은 설명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 보다 더 중요한 것은 데이터센터 투자를 일으킨 딥러닝 기반의 인공지능(AI) 기술이 아직 ‘걸음마 단계’라는 점이다. 이들 기업 모두 AI 기술에 미래 사업의 성패가 달려 있다고 확신하는 상황에서 관련 투자에 인색하게 굴 가능성은 희박하다. 한 분기 결과만 갖고 D램 수요 둔화가 시작됐다고 하는 것은 지나치다.
‘반도체 굴기’를 선언한 중국의 추격이 부담스럽다고 하지만, 우리와의 기술 격차를 생각하면 ‘잠재적 위협’일 뿐, 그 이상은 아니다. 경계와 대비는 필요하지만, 당장 내년 양산 일정 맞추기도 버거운 칭화유니그룹 YMTC, 이노트론, 진화 IC 등을 과대 포장해서 우리 기업들을 깎아내리는 것은 비겁한 짓이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와는 확연히 다른 메모리반도체의 수급 상황을 감안할 때 설령 업황 둔화기가 온다 해도 그 기간과 깊이는 매우 짧고 얕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례없던 반도체 ‘초호황’이 끝나더라도, 그에 못지 않은 ‘호황’이 기다릴 가능성이 크다. 초호황의 도화선이 됐던 AI와 사물 인터넷(IoT), 빅데이터 산업이 성장 가속패달을 밟고 있는데, 이들 산업의 근간이 되는 메모리반도체만 다른 궤적으로 움직인다는 건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