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가 말하는 디파이의 차별성이란 블록체인과 스마트 콘트랙트 기술 등을 활용해 중앙기관 없이 누구나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단 점이다. 디파이의 가장 이상적인 모습은 금융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고, 화폐 주권마저 추락해 있는 지역에서 이를 활용하는 것이다. 세미나에 참석한 한중섭 한화자산운용 CPC기획팀 과장은 “사용 접근성이 높은 디파이의 본래의 목적대로라면 레바논, 베이루트에 있는 케밥을 파는 사람이 별문제 없이 제대로 된 서비스를 받는 게 나타나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현실은 ‘고래(Whale)’로 일컬어지는 소수의 금융 엘리트 집단들이 자신의 가상자산을 불리는 용도로 디파이를 쓰고 있다. 권 연구위원은 “디파이는 현재 가상자산 투자를 보조하는 역할 외 금융의 다른 기능들을 거의 수행하지 못하고 있으며 특히 기존 금융시스템의 신용 창출 기능을 구현하기가 까다롭다는 점도 걸림돌로 작용한다”라고 전했다. ‘베이루트의 케밥 파는 사람’이 필요할 때 디파이 생태계에서 가상자산을 대출받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단 얘기다.
한중섭 과장은 “SEC 의장인 게리 겐슬러도 관련한 발언을 한 적이 있을 정도로 디파이는 사실 탈중앙화가 아니라 소수의 영향력 있는 사람들에 의해 움직이는 사실상 중앙화된 모습”이라며 “잘 모르겠지만, 2030년쯤되면 디파이가 정말 어느 정도 규제와 제도 같은 것들이 좀 만들어져서 체계와 질서가 잡힌다면, 디파이를 낙관하는 분들이 주장하는 바대로 전 세계 은행 계좌가 없는 17억명의 인구가 이 생태계에 참여하게 되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라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이 시장은 더 성장할 거라고 보지만, 여기에 내포된 위험성에 대해서는 그게 무엇인지 누구도 알지 못하고 있다”며 “시장 내에서든 당국 안에서든 안전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토대를 만들어 나가는 게 중요한 부분이 될 거 같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