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한 경각심"…휘청이는 시장에 톤 높아진 이주열

과거보다 센 北 리스크에…국내 금융시장 '출렁'
  • 등록 2017-08-10 오후 6:48:48

    수정 2017-08-10 오후 6:48:48

10일 오후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정남 김정현 기자] “상당한 경각심을 갖고 비상한 각오로 사태 추이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0일 한반도를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에 국내 금융시장이 연일 출렁이는데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이날 서울대 규장각 한국학연구원 전시실에서 열린 ‘한은 위탁고서 특별전’ 개막식에서 기자들과 만나서다. 장 마감이 가까워 오는 오후 3시께 나온 언급이었다.

이는 평소 이 총재의 발언에 비해 톤이 다소 높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 총재는 “북핵 리스크는 일회성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면서 “사태 추이를 지켜보면서 금융시장과 한국경제에 어떤 영향을 줄지 살펴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은 한 인사는 “최근 지정학적 리스크가 과거보다 더 불확실해진 영향 때문일 것”이라고 전했다.

이는 전날 오전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언급과 비교해도 다소 수위가 세진 것이다. 김 부총리는 “외신이나 신용평가사를 보면 (이전보다는) 조금 주시하고 있다는 생각은 든다”면서도 “지금까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인 것 같다”고 말했다.

韓 부도위험지표 급등

이 총재의 우려만큼이나 최근 국내 금융시장은 연일 출렁이고 있다.

이날 새벽께 나온, 금융시장 인사들이 기다린 한국물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부터 연 고점 수준으로 급등했다.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지난 9일(현지시간) 한국 외평채 5년물의 CDS 프리미엄은 61.03bp로 전거래일 대비 6.70% 상승했다. 이 정도 수준은 지난달 7일(62.45bp) 이후 한 달여 만에 가장 높은 것이다.

CDS 프리미엄은 부도나 파산 등에 따른 손실을 다른 투자자가 대신 보상해주는 신용파생상품의 수수료를 말한다. 채권을 발행한 국가와 기업의 부도 가능성 혹은 신용 위험이 높아지면 CDS 프리미엄도 함께 오른다. 보험에 가입할 때 사고 확률이 높으면 보험료가 상승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CDS 프리미엄의 급등은 해외 투자자들이 한국물 자산의 위험도를 높게 보고 있다는 의미다. 금융시장 한 관계자는 “최근 지정학적 리스크가 과거보다 더 큰 위협이라는 인식이 시장이 퍼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CDS 프리미엄 흐름이 북한 리스크 확산 여부를 판단하는 주요 잣대 역할을 할 것”이라면서 “그 추이를 주목하면서 리스크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후 오전 9시부터 열린 국내 금융시장은 예상대로 휘청거렸다.

주식시장이 대표적이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거래일보다 8.92포인트(0.38%) 내린 2359.47에 마감했다.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외국인이 이틀 연속 대규모 차익 실현에 나선 게 결정적이었다. 외국인 투자자는 이틀간 국내 주식을 7300억원 이상 팔아치웠다.

이 때문에 코스피 지수가 장중 한때 2339선까지 밀렸다. 1% 이상 이상 낙폭을 확대한 것이다. 다만 기관의 매수 확대에 2360선으로 회복하는 등 장중 20포인트 이상 변동성을 보였다.

외국인 연일 매도 행진

서울외환시장도 상황은 비슷했다.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 대비 6.8원 상승한(원화가치 하락) 1142.0원에 거래를 마쳤다. ‘견고한 상단’으로 여겨졌던 1140원선이 단박에 뚫렸다. 외국인의 주식 매도세가 환율 급등에 큰 영향을 미쳤다. 1140원선에서 마감한 것은 지난 7월12일(1145.1원) 이후 처음이다.

서울채권시장에서도 외국인이 선물을 중심으로 원화 채권을 대거 팔았다.

외국인 투자자는 이날 3년 국채선물을 무려 1만7444계약 순매도했다. 전날에 이어 이틀 연속 1만계약 이상 팔았다. 10년 국채선물의 경우 2227계약 순매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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