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200대 한국기업의 EIBTDA대비 부채비율은 지난해 2분기까지 크게 악화된 후 3분기부터 수익성 반등과 함께 완만한 회복세를 기록중이다.
이가운데 최근 주요 대기업들이 투자를 확대하는 전기차, 자율주행차 관련 성과에 따라 한국경제 전반이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반도체·IT·車 실적 견조…올해도 양호할 것”
박준홍 S&P 이사는 27일 열린 S&P·NICE신용평가 공동 온라인 세미나에서 “코로나19여파에도 한국 IT와 자동차산업은 견조한 실적을 기록중이며, 코로나19 수혜를 받은 측면이 크다”고 밝혔다. 올해 역시 견조한 실적이 이어질 것이란 평가다.
그는 “코로나로 비대면 언택트 문화가 확산되며 IT기기, 반도체 수요가 상당히 많이 늘었다”며 “반도체뿐 아니라 가전업체 LG전자(066570)도 수혜를 받았다”고 했다.
박 이사는 “반도체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가 상당히 좋은 실적을 보이고 있다”며 “2019년 어려운 한해였는데 2020년엔 전년대비 실적이 개선됐고, 현재 반도체 수급상황을 보면 올해도 상당히 양호한 실적을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코로나로 인한 비대면, 언택트 문화확산이 IT기기, 반도체 수요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비단 반도체 업체 뿐 아니라 LG전자(066570) 등 한국 IT산업은 코로나로 인해 수혜를 받은 부분이 크다는 분석이다. LG디스플레이(034220) 역시 4분기 어닝서프라이즈에 가까운 실적을 보였다고 덧붙였다.
자동차산업의 경우 현대차(005380)와 기아차(000270)가 상당히 선방했다. 다른 글로벌 경쟁사대비 4분기 실적이 상당히 좋았다는 것이다. 박 이사는 “현대차는 1조6000억원의 영업익을 기록했다”며 “이는 최근 몇 년새 가장 좋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판매단가 인상과 제품포트폴리오 개선이 실적 향상에 도움이 됐으며, 이런 추세는 올해도 이어질 것이란 예상이다.
그는 “최근 한국기업들을 커버하면서 느끼는 가장 큰 흐름은 한국기업들이 전기차, 자율주행차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한국 대표기업들이 자동차 산업 미래에 적극 투자한 것이 어떤 성과를 내는지에 따라 한국경제 전반에도 상당히 중요한 영향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현대차는 자율주행기술 개발을 위해 2019년 9월 앱티브와 20억달러 규모의 합작법인 설립을 발표했고, 지난해 12월엔 로봇제조사인 보스톤 다이내믹스 지분 80%를 11억달러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LG화학(051910)은 2019년부터 올해까지 3년간 연간 3조~4조원 규모의 설비투자를 통해 배터리생산량을 120GWh로 확대할 방침이다.
SK이노베이션(096770) 역시 2018~2023년 총 7조~8조원의 설비투자를 통해 2023년까지 전기차 배터리 생산량을 85GWh로 확대한다. 삼성전자는 2017년 3월 하만 인터내셔널을 80억달러에 인수했고, LG전자 역시 자동차 헤드라이트 제조사 ZKW를 13억달러에 인수했고, 전장사업부문을 분리해 10억달러 규모의 투자로 마그나와 합작법인 설립을 추진한다.
S&P는 코로나19이후 수도권 부동산 가격의 빠른 상승세가 한국 경제의 불균형을 확대하고 있으며, 이는 은행산업평가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김대현 S&P 이사는 “코로나 19로 인해 전세계적으로 은행산업이 쉽지 않지만, 한국의 은행들은 다른 국가대비 신용도가 양호하게 관리되고 있다”며 “안정적 추이가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거시 측면에서 한국은 코로나19가 상대적으로 잘 통제되고, 경제회복력도 견조하며 정부의 적극적 지원정책도 리스크를 완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 은행의 자산건전성 등 주요 지표도 코로나19 여파 속에서도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고 봤다.
김 이사는 다만 “중소기업, 소상공인 대출 만기와 관련해 경제회복이 지연되는 것과 맞물릴 경우 은행들의 건전성에 일부 부담을 줄 수 있다”며 “향후 면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코로나 19로 경제가 제한되면 은행산업의 부담이 커질 수 있고, 경제성장보다 빠른 신용팽창 속도나 수도권 부동산 가격의 빠른 상승세는 불균형을 확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높은 가계 부채 등 잠재적 신용리스크와 함께 은행산업 평가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은행들의 동남아 등 해외 진출과 핀테크는 은행들에게 기회이자 위협요인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
이가운데서도 한국은 개별은행의 등급 전망 하향이나 등급 조정은 없었다.
김 이사는 “은행들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고, 불확실성도 크고, 지역별 편차도 클 것”이라며 “한국의 경우 코로나19가 상대적으로 잘 통제된 국가로 아시아에서 중국, 싱가포르 등과 더불어 상대적으로 빠르게 회복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미국, 유럽 주요국가의 경우 2023년쯤, 인도 등은 2023년이후에나 회복이 가능할 것이란 판단이다.
지난해말 기준 버핏지수가 역대 최고점을 기록중인 만큼 주가지수가 언제 급락해도 이상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혁준 NICE신용평가 상무는 “지난해 버핏지수로 불리는 명목GDP 대비 국내증시 시가총액 비율은 125%로 역대 최고점을 기록했다”며 “사상 최저금리와 최대 유동성이 주가지수와 주식거래량을 지지하고 있지만, 버핏지수 100%내외 다음해에는 항상 주가지수가 하락했다”고 밝혔다.
지난 2007년, 2010년, 2017년 버핏지수가 100%에 근접한 다음해 주가지수는 크게 하락했다. 이는 실물경제보다 일시과열된 증시가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지난해 버핏지수는 125%로 역대 최고를 기록하며 실물경제와 주가지수간 괴리가 매우 커졌다”며 “올해 증권사들이 대체로 좋은 실적을 기록할 것이나 괴리가 지나치게 심화됐다”고 밝혔다. 경제성장과 무관하게 유동성의 힘으로 급등한 만큼 주가지수가 언제 급락해도 이상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 상무는 “주식시장의 높아진 변동성이 2021년 증권사 실적에 큰 변수”라며 “증시 변동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코로나19 이후 백신과 치료제 등으로 항공업 수요 회복이 기대되고 있지만, 여러 변동성 요인을 감안할 경우 2023년 이후에나 여객 수요 회복이 기대된다는 분석이다.
안영복 NICE신용평가 상무는 “올 들어 코로나19 백신이나 치료제 소식이 잇따르고 있지만, 여러가지 변동성을 감안하면 2023년 이후에나 여객수요 회복을 기대해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본격적 백신접종의 지연, 백신효력에 대한 유보적 태도 등을 감안하면 올해 항공운송업의 부진이 지속될 것이란 분석이다. IATA는 2021년 글로벌 여객/화물 매출을 코로나19 이전대비 약 50% 수준으로 추정했다. 2022년이후 추가적 회복을 예상할 수 있지만, 코로나19 이전 수준의 업황회복은 2022년에도 어려울 전망이다. IATA는 2024년 이후에 글로벌 여객수요가 코로나19 이전과 비슷한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봤다. 이때문에 항공사의 구조조정 노력과 생존노력이 더욱 절실한 상황이다.
지난해 시작된 대한항공(003490)과 아시아나항공(020560)의 통합에 대해 국내 항공시장의 상당부분을 재편할 것으로 봤다.
안 상무는 “대한항공의 글로벌 시장지위 강화 효과와 아시아나항공 자본확충을 통한 재무안정성 개선 효과가 기대된다”면서도 “업황 부진이 지속된다면 양사의 추가적 신용도 개선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인수절차 관련 단계별 이행현황, 자본확충을 통한 재무안정성 개선 수준 등을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NICE신평은 대한항공에 대해 ‘BBB+’ 부정적 전망을, 아시아나항공은 ‘BBB-’에 부정적 등급전망을 각각 제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