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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스카이로켓처럼 폭등했다.”
미국 내 대형 스타트업들의 기업공개(IPO)가 ‘역대급’ 히트를 치고 있다. 당초 예상보다 시초가가 2배 넘게 오른 미국 최대 음식배달 스타트업 도어대시가 대표적이다. 숙박공유 스타트업 에어비앤비도 희망 가격을 크게 웃도는 공모가로 올해 최대 규모 IPO 실적을 기록했고, 온라인 주식거래 애플리케이션 로빈후드 등까지 줄줄이 IPO를 ‘대박’을 예고하고 있다.
팬데믹 이후 시중에 풀린 돈이 많다 보니 기술 기반의 전도유망한 기업에 자금이 몰리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폭등세가 설명이 어려울 정도로 비이성적인 만큼 추격 매수는 위험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주가 폭등’ 도어대시 화려한 데뷔
9일(현지시간) CNBC 등에 따르면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한 도어대시는 주당 182달러의 시초가를 기록했다. IPO를 통해 공모주 청약을 받은 3300만주를 102달러에 매각했는데, 첫 거래에서 182달러로 78.43% 폭등한 것이다. 당초 회사가 기대한 공모가 예상치는 90~95달러였다. 이날 시초가는 회사가 스스로 추정한 주가의 2배가 넘었던 셈이다.
도어대시는 2013년 등장한 회사다. 업력은 7년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미국 음식배달 시장에서 절반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경쟁사인 우버이츠와 그럽허브의 점유율은 각각 26%, 16%다. 도어대시의 급부상은 코로나19 이후 급격히 커진 음식배달 시장 덕을 봤다. 도어대시는 팬데믹이 한창이었던 올해 1~3분기 때 전년 동기 대비 3배 이상 많은 19억달러의 매출액을 올렸다. 도어대시의 IPO 자금 조달액은 미국 증시 역사상 3번째로 큰 규모다.
이날 도어대시와 함께 뉴욕 증시에 모습을 드러낸 인공지능 스타트업 ‘C3.ai’는 공모가 42달러에서 138.10% 치솟은 100달러의 시초가를 기록했다. 이날 첫 정규장 종가는 92.49달러였다. 상승 폭이 무려 120.21%다.
두 회사는 시작에 불과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대중에 익히 알려진 에어비앤비가 IPO를 통해 35억달러(한화 약 3조 8955억원)를 조달하는데 성공했다. 에어비앤비는 이날 공모가 68달러에 5150만주를 팔아치웠다고 밝혔다. 이는 올해 미 주식시장에서 이뤄진 IPO 중 최대 실적이다.
앞서 에어비앤비는 넘치는 수요 덕에 주당 공모 희망가 책정 범위를 44~50달러에서 56~60달러 높였는데, 이를 훌쩍 뛰어 넘어 68달러까지 치솟은 것이다. 공모가 기준으로 에어비앤비의 기업가치는 470억달러(약 52조 3110억원)에 달한다.
에어비앤비는 도어대시와 상황이 약간 다르다. 팬데믹으로 여행이 급감한 충격파에 당분간 상장은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IPO 시장에 막대한 유동성이 몰리자 상황이 바뀌었다. 여기에 연말 백신 기대감을 더해 ‘IPO 대박’을 노릴 수 있게 된 것이다. 에어비앤비는 ‘ABNB’란 약칭으로 10일부터 미 나스닥 시장에서 거래된다.
이외에 비디오게임 업체 로블록스와 온라인 소매업체 위시의 모기업 컨텍스트로직 역시 이번달 상장을 앞두고 있다. 미국판 ‘동학개미운동’의 주역인 로빈후드는 내년 IPO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로빈후드는 벌써부터 내년 IPO 시장의 최대어 평가를 받고 있다.
WSJ가 인용한 금융정보업체 딜로직 집계를 보면, 올해 미국 IPO 시장을 통해 조달한 자금 규모는 자료를 취합하기 시작한 1995년 이후 역대 최대다. 1999년 닷컴 열풍마저 뛰어넘었다. 그만큼 팬데믹 이후 풀린 유동성이 많다는 의미다.
하지만 경계의 목소리 역시 동시에 나온다. 월가 출신의 CNBC 간판 앵커 짐 크레이머는 이날 도어대시의 주가를 보며 “광기 어린 돈(rabid money)이 포함돼 있다”고 일갈했다. 그는 “젊은 투자자들은 특정 브랜드를 알게 되면 ‘나 좀 구해줘’라고만 한다”며 “하지만 (기술 기반 기업들의 IPO에 대한) 추격 매수는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
크레이머는 “지금 시장에는 정말 많은 돈이 있다”며 “시초가가 얼마나 치솟든 상관하지 않고 투자하는 광기 가득 찬 자금들이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