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화빈 기자] “당신 건강 때문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3·1 민주구국선언 사건으로 1978년 7월 22일 서울대병원 감옥 병실에 수감됐을 당시 부인 이희호 여사에게 보낸 편지 일부 내용이다.
| 몰래 못으로 눌러쓴 옥중 편지 (사진=연세대 김대중도서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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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전 대통령은 1976년 3월 1일 서울 명동성당에서 재야 인사들과 함께 유신정권에 반대하는 ‘민주구국선언’을 발표했다가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구속됐다. 5년형을 선고 받은 김 전 대통령은 진주교도소에 복역하다가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됐다.
옥중편지는 당시 이 여사가 병실 면회를 통해 메모지를 몰래 전달하면 김 전 대통령이 못을 누르는 방식으로 글씨를 남겨 작성됐다. 이번에 공개된 편지는 기존에 공개됐던 옥중서신 19편 외 새롭게 발견된 것이다.
서신에는 “가을 이후 우리나라 정치 정세에 큰 변화가 올 것이오” “그 성격과 범위는 첫째 우리 민주 세력의 역량과 국민의 호응, 둘째 국내의 경제 및 사회의 동향, 셋째 박씨(박정희 전 대통령)의 태도, 넷째 우방 특히 미국의 태도 등에 많은 영향을 받을 것이오” 등 당시 정세를 분석한 내용이 담겼다.
이어 “현재의 나를 돕는 최대의 길도 당신 건강이오. 내 일보다 몇 배나 걱정을 하고 있소”라며 “식사에 특히 노력할 뿐 아니라 저번도 말한 데로 보약을 좀 먹도록 하시오”라며 이 여사의 건강을 각별히 챙기기도 했다.
도서관 관계자는 “못으로 눌러 쓴 서신은 국내외 다른 예를 찾기 힘들 정도로 독특한 방식으로 작성됐다”며 “감옥에서도 민주화 투쟁 전략을 고민하고 이를 외부에 전달해 실천에 옮기는 김 전 대통령의 모습이 편지를 통해 확인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