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 0.62%의 태클

엘리엇 "삼성電 둘로 쪼개라"
노골적으로 경영간섭 시도
삼성 "주주제안 신중 검토"
  • 등록 2016-10-06 오후 7:26:18

    수정 2016-10-06 오후 7:35:24

[이데일리 이진철 기자]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주주가치 제고’를 요구하며 삼성에 대한 경영간섭에 나섰다.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반대하며 대립각을 세웠던 엘리엇은 이번에는 삼성전자(005930)의 사업분할과 대규모 배당을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엘리엇은 삼성전자 지분 0.62%를 보유하고 있다.

시세차익을 노리는 외국계 헤지펀드들이 1%도 안되는 적은 지분으로 대기업을 표적으로 삼아 경영간섭에 나서는 사례가 또다시 벌어지면서 해외에 비해 미흡한 국내 기업의 경영권 방어제도를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엘리엇은 지난 5일 오후 삼성전자에 보낸 공개 서신에서 삼성전자 주가 저평가 해소를 위해 삼성전자를 인적분할한 후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지배구조 개편 방안을 제안했다. 엘리엇의 주주제안 내용에는 30조원 규모의 특별배당과 삼성전자 사업회사의 거래소 및 나스닥 공동 상장, 독립적 3인 사외이사 선임 등도 포함됐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엘리엇의 주주제안에 대해 신중히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삼성전자가 0.62%의 지분을 보유한 것에 불과한 엘리엇의 요구에 대해 신중하게 대처하는 것은 자칫 외국계 기관투자가들이 지분을 규합해 경영 참여를 선언하면 소모적 분쟁으로 번질 수 있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통합 삼성물산 출범 과정에서 엘리엇은 기존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치는 것이라며 임시주총에서 표대결과 법정 공방까지 치달으며 삼성측과 분쟁을 벌인 바 있다. 이 과정에서 엘리엇은 보유지분 매각을 통해 상당한 시세차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우리 기업들이 행동주의 펀드 등의 공격에 취약해 창과 방패의 균형이 맞지 않고, 증권시장 교란과 일반투자자의 피해까지 초래한다는 점에서 관련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시장에서는 이번 엘리엇의 제안이 갈등의 요인이 되기보다는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을 촉발시킬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이 오너일가의 지배력 강화라는 비판을 의식해 스스로 꺼내기 힘들었던 삼성전자 인적분할과 지주사 전환 명분을 세워줬다는 시각이다.

삼성전자 주가는 이날 엘리엇의 주주제안 소식과 지배구조 개편 기대감으로 전일대비 4.45% 상승한 169만10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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