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니키 헤일리 주 유엔 미국 대사가 5일(현지시간)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시리아 독가스 참사에 노출된 현지 어린이의 사진을 들어보이고 있다. /AFP |
|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밀월 관계라는 의혹을 받아 왔던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정부와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에 균열 조짐이 보인다. 시리아에서 벌어진 독가스 참극이 발단이다.
시리아는 현재 러시아의 지지로 독재 중인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의 정부군과 미국, 유럽 등 서방이 지지하는 반군이 내전을 벌이고 있다. 이 가운데 4일(현지시간) 반군 지역의 한 공습에서 국제 사회에서 엄금하고 있는 맹독성 신경가스 살포로 어린이와 민간인을 포함해 최소 72명이 사망하며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5일(현지시간) 긴급 소집된 국제연합 안전보장이사회(유엔 안보리) 회의에선 이 책임 소재를 둘러싸고 서방과 러시아가 본격적으로 충돌했다. 서방은 정부군의 공습이라고 주장하며 비난 결의안을 채택하려 했으나 이사국인 러시아가 화학무기 보유 주체가 반군이라며 이를 거부했다. 블라디미르 사프론코프 유엔 주재 러시아 부대사는 “정부군이 반군의 무기창고를 공습했는데 거기에 화학무기가 있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화학무기를 사용하는 것은 물론 보유하고 있지도 않다는 정부군의 입장을 대변하는 듯한 모양새다.
관심을 끈 건 이전과 다른 트럼프 정부의 대응이다. 니키 헤일리 주 유엔 미 대사는 “화학무기를 사용하는 아사드 정권의 본색을 보여준 사건”이라고 맹비난하며 “유엔이 못한다면 부득이하게 우리가 독자 행동에 나설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정부는 지금까지 시리아 문제는 미국의 우선순위가 아니라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백악관 대변인은 전날까지만 해도 “정치적 현실성을 고려하면 어리석은 짓”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그러나 사건 후 “시리아의 모습은 넘어선 안될 선을 넘었다”며 ’인류에 대한 모욕‘이라고 비판했다. 또 “이 흉악한 행동을 용인할 수 없다”며 “시리아와 아사드 대통령에 대한 나의 태도는 바뀌었다”고 덧붙였다.
일본 NHK는 “유럽과 미국이 러시아와 격렬히 대립했다”며 시리아 문제 해결을 위해선 미국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프랑수아 들라트 주 유엔 프랑스 대사의 말을 인용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도 미국이 항공기나 미사일 공격 같은 군사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 블라디미르 사프론코프 주 유엔 러시아 대사가 5일(현지시간)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열린 시리아 독가스 참극 긴급 회의에서 머리를 만지고 있다. 유엔 안보리는 이날 정부군에 대한 비난 결의안을 채택하려 했으나 책임 소재를 확인해야 한다는 러시아의 반대로 무산됐다. /AFP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