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지사 문턱에서 좌절했지만…'졌잘싸' 김은혜

개표율 97%에서 역전 허용, 아깝게 석패
김은혜, 김동연에 "축하한다, 협치해달라" 당부
여성에게 높은 광역단체장, 다음 기회로
  • 등록 2022-06-02 오후 7:12:50

    수정 2022-06-02 오후 9:07:22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한국의 마거릿 대처’를 꿈꾸며 경기지사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김은혜 국민의힘 경기지사 후보. 그는 막판 근소한 차이로 경기지사 선거에서 패배했다. 한국 지방자치 역사상 첫 여성광역단체장 탄생이 차기 지방선거로 미뤄지는 순간이었다.

김은혜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가 2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선거사무소로 들어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일 새벽 5시32분(개표율 97%)까지 김은혜 후보의 득표 수는 근소하게 김동연 후보를 앞섰다. 선거 전 여론조사는 물론 출구조사에서까지 김은혜 후보의 우위는 변하지 않았다. 새벽 6시가 다가오면서 고양시와 부천시 등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지역의 투표함이 열렸고 상황이 바뀌었다. 김 후보가 미세한 차이로 앞서더니 결국 당선의 영광은 그에게 돌아갔다. 패배를 직감했던 김은혜 후보는 오전 6시40분께 하얀 정장을 입은 채 자신의 선거 상황실로 들어섰다. 주변 사람들과 인사를 나눈 후 담담히 준비해온 글을 읽었다. 첫 문장은 상대방이었던 김동연 후보에 대한 축하말이었다.

이어 김은혜 후보는 “윤석열 정부와 협치해 경기도를 보다 더 잘 살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선거 막판 무박5일 강행군을 했던 그의 얼굴은 몹시도 피곤해보였지만 후회는 없어 보였다.

김은혜 후보는 선거 운동을 함께 해준 당원과 스탭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며 패배의 책임은 ‘본인에게 있다’고 말했다. 누구의 탓도, 핑계도 없었다. ‘졌지만 잘 싸웠다’의 전형이었다.

사실 여성 후보가 광역단체장직에 도전해 성공한 사례는 지금까지 없었다. 이번 지방선거에도 임미애 민주당 후보가 경북도지사에, 조배숙 국민의힘 후보가 전북도지사에 도전했다. 그러나 이들은 지역주의의 높은 벽을 넘지 못했다.

2006년 서울시장 선거에 강금실 열린우리당 의원이, 2010년 서울시장 선거에는 한명숙 민주당 의원이 도전했지만 석패했다.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경원 한나라당 의원이,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박영선 민주당 의원이 도전했지만 끝내 당선되지 못했다. 그만큼 광역단체장의 벽은 여성 정치인들에게 높았다.

방송기자 출신인 김은혜 후보는 1994년 지존파 연쇄살인 사건을 최초로 보도하면서 유명세를 탔다.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때 소방복을 입고 잠입하기도 했다. 2008년 이명박 정부 때 청와대 대변인으로 공직생활을 했고 2010년부터 2014년까지 KT홍보실 전무를 했다.

이후 종편방송 앵커를 하다 2020년 4월 미래통합당 후보로 성남시 분당갑 지역구 국회의원 선거에 도전했다. 현역 의원이었던 김병관 전 의원을 아슬아슬하게 꺾고 초선 의원으로 원내에 진입했다.

그의 정치 커리어가 극적으로 바뀐 때는 2021년 윤석열 당시 대선후보 캠프에서 대변인과 공보단장을 맡으면서부터다. 이 인연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로 이어졌고 이곳에서도 대변인을 맡았다. 윤석열 대통령의 눈과 귀를 담당해 ‘윤심’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도 그의 유세를 도우면서 “진짜 윤핵관은 여기(김은혜) 있다”고 할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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