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왕 부장은 회담에서 중국 강점인 경제를 지렛대로 삼았다. 이날 오후 4시쯤 왕 부장은 모테기 외무상과 사업 목적 방문자에 한해 입국과 검역 규제를 완화하는 이른바 ‘비즈니스 트랙’ 예외 조치를 협의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중단된 인적 교류를 재개하기 위한 것이다. 일본은 싱가포르와 한국 등과는 사업 목적 출장자 왕래를 재개했지만 중국에는 아직 국경을 열지 않았다.
양국 갈등 현안도 거론됐다. 중국과 일본이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앞바다에 중국 공선이 출몰하자 일본 측은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세력 확장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다.
한·미·일이 손을 잡고 자국을 옥죌 것을 우려해 온 중국으로서는 각국 정상의 상호 방문을 포함한 고위급 접촉을 강조하고 과도한 미국 편중을 막기 위해 일본 측에 협력을 구한 것으로 보인다. 모테기 외무상 역시 회담 직전 기자단에 “양국 간 다양한 현안이 있기 때문에 고위급 회담을 통해 사안별로 하나씩 해법을 도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왕 부장은 내일(25일) 스가 총리와의 면담이 성사될 경우 자유무역을 강조하며 다자주의를 중시한다는 뜻을 분명히 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중국은 지난 15일 미국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 등 14개국과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을 체결했다. 미국은 협정 당사자에서 빠졌다. RCEP은 중국이 처음으로 참여한 다자간 무역협상일 뿐 아니라 일본과는 첫 관세인하 협정이다. 한·중·일이 단일 자유무역지대에 들어간 것도 RCEP이 처음이다.
한편 왕 부장은 25일부터 2박 3일 일정으로 한국을 찾는다. 26일에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만날 예정이다. 또 현재 자가 격리 중인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대신 이해찬 전 대표와 만찬을 한다. 아울러 문정인 통일외교안보특보, 박병석 국회의장, 송영길 국회 외교통일위원장 등과도 회동한다. 왕 부장의 방한은 지난해 12월 이후 약 1년 만이다. 회담에서는 북한 문제를 포함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정부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연내 방한을 추진하고 있어 왕 부장과 강 장관 회담에서 성사 가능성을 살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