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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지섭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와 미국 바이오젠이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공동 경영체제에 들어가면서 양사간 시너지효과가 본격화할지 관심이 쏠린다.
6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파트너사인 바이오젠이 콜옵션(주식매수청구권) 행사에 따른 자산양수도를 마무리하고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공동 경영체제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보유한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은 기존 94.6%에서 50%+1주로, 바이오젠이 보유한 지분은 기존 5.4%에서 50%-1주로 각각 변경된다.
그동안 바이오젠은 유럽에서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판매를 대신하는 파트너 역할이 강했다. 하지만 이번에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지분과 이사수를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동급으로 맞추면서 개발과 사업 전략 등에 대해 향후 더 큰 권리를 행사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바이오’를 신수종사업으로 꼽아 투자를 아끼지 않는 삼성과 미국 1세대 생명공학기업인 바이오젠이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시장을 공략하는 데 한층 가속도가 날 전망이다.
바이오젠은 이 같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바이오시밀러를 유럽에서 판매, 올 3분기까지 3억 8910만달러(약 443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유럽에서 가장 먼저 출시한 ‘엔브렐’ 바이오시밀러인 ‘베네팔리’가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있고, ‘레미케이드’ 바이오시밀러인 ‘플릭사비’ 판매도 호조를 보이고 있다. 세계 1위 의약품인 ‘휴미라’의 바이오시밀러인 ‘임랄디’도 최근 유럽에서 출시하면서 주요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바이오시밀러 3종을 모두 보유했다.
특히 바이오젠은 알츠하이머 치료제, 특발성폐섬유증 치료제 등 신약개발을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등 판매뿐 아니라 연구·개발(R&D) 부문에서도 풍부한 노하우를 갖추고 있다. 바이오시밀러를 넘어 바이오신약에 도전장을 내민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시너지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다. 지난 2012년 설립된 후 3년 만에 베네팔리를 출시한 삼성바이오에피스는 현재 일본 다케다제약과 진행하는 급성 췌장염 치료신약 ‘SB26’ 외에도 바이오젠과의 R&D 부문에 대한 협력관계를 이어갈 수 있게 됐다.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가 현재 진행 중인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감사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된다. 이번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공동 경영체제 구축으로 그동안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가능성이 높아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변경했다는 주장에는 힘이 실리게 됐다. 다만 논란의 쟁점이 회계처리 적정성 여부로 옮겨가고 있어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2015년 삼성바이오에피스 가치가 향후 증가할 것으로 보고 회사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변경했다. 금융감독원은 2012년부터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관계회사로 처리했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가능성이 커지면서 회계 처리를 변경했다는 입장이다. 한편, 이에 대한 고의 분식회계 여부를 다루는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오는 14일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