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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남 경계영 기자, 세종=김상윤 박종오 기자] 그야말로 ‘트럼피즘 쇼크’다. 정책당국과 금융시장은 트럼프발(發) 불확실성에 모든 사안을 다시 검토해야 하는 난감한 처지에 놓였다.
우리 경제를 좌우할 핵심 키워드인 금리와 환율부터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당장 미국의 정책금리 인상도 기존 예측대로 다음달 이뤄질지 불투명해졌다. 트럼프의 한마디 한마디에 환율이 출렁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정부와 한국은행 등은 대책 마련에 분주하지만, 동시에 예기치 못 한 사태에 대한 불안감도 커지는 분위기다.
미국의 12월 금리 인상 가능성부터 불확실
일단 주목받는 게 금리의 향방이다. 미국의 금리 인상은 우리 경제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였다. 가계부채 폭증 등 금리에 민감한 리스크가 산적해 있어서다. 그래서 우리 정책당국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12월 인상론’에 무게를 싣고 대비해왔다.
그런데 이런 예측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관측이 적지않게 나온다. 트럼프는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을 향해 수차례 비판의 날을 세워왔다. 트럼프는 최근 대선 과정 중 옐런 의장에게 “매우 정치적”이라면서 “스스로 창피해 해야 한다”고 했다. 2018년 초 임기가 끝나는 옐런 의장을 재지명하지 않겠다고도 했다.
공동락 코리아에셋투자증권 매크로분석실장은 “미국 연준이 12월에는 그래도 금리를 인상하겠지만 그 이후는 불확실하다”면서 “트럼프의 공식 취임 전까지는 바짝 긴장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구혜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당장 12월 인상 여부가 불투명해졌다”면서 “향후 옐런 의장의 중도 사임 가능성과 조기 금리 정상화 가능성 등 통화정책의 불확실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한은 일각에서는 중앙은행의 중립성 독립성 자체를 흔드는 트럼프의 발언을 경계하고 있다. 한은 한 인사는 “미국 연준의 위상이 흔들리면 전세계 시장은 물론 중앙은행도 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환율 향방도 오리무중이다. 위험통화인 원화의 경우 약세 기조가 계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6월 브렉시트 당시만 해도 주요국 중앙은행의 ‘돈 풀기’ 정책으로 빠르게 회복했지만, 이번에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시장은 브렉시트 때는 V자형 반등의 회복력을 보였지만 이번에는 L자형 흐름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일단 불안 심리로 환율이 올라갈 가능성이 약간 더 있다. 하지만 보호무역주의 때문에 단기적으로 미국 경제가 어려워 반대 요인도 있을 수 있다”면서 “모든 상황이 혼란스러워질 것”이라고 답했다.
외국계 B은행 외환딜러는 “트럼프가 얘기하는 보호무역주의, 방위분담금 등은 우리나라가 당사국으로 브렉시트보다 첨예한 문제로 번질 수 있다”면서 “보호무역주의의 피해를 입을 수 있는 국가로서 원화 가치가 장기적으로 훼손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정부 컨트롤타워 확실히 세우고 대응해야”
다만 가뜩이나 불확실성이 만연한 와중에 더 큰 변수가 나타나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도 역력하다. 유 부총리는 “트럼프가 당선되면 글로벌 금융시장의 충격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오후 6시부터 정부서울청사에서 황교안 국무총리 주재로 긴급 관계 장관회의도 열고 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와 이준식 사회부총리를 비롯해 윤병세 외교부 장관, 한민구 국방부 장관, 홍용표 통일부 장관, 홍윤식 행정자치부 장관, 임종룡 금융위원장 등이 총출동했다.
황 총리는 “세계 각국의 금융시장이 불안을 보이는 만큼 조속히 안정시키는 게 매우 중요하다”면서 “또 정부와 민간이 다양한 협력채널을 가동해 양국간 교역이 위축되지 않도록 세심하게 대응해달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그 어느 때보다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컨트롤타워를 확실히 한 후 미국의 경제정책 변화와 단기적인 금융시장 불안에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제현정 한국무역협회 통상연구실 연구위원은 “향후 트럼프 인수위에 들어가는 인사 등 성향을 봐야 향후 액션을 가늠할 수 있다”면서 “정부가 미국 통상정책에 대한 변화 등 큰 그림을 볼 수 있도록 정보를 수집해 안내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소영 교수는 “국제 자본시장 변동성이 심화하면서 자본이 국내에서 유출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현재 거시건전성 3종세트(외환건전성 부담금, 선물환포지션한도, 외국인 채권투자 과세)로는 부족하다는 판단이어서 단기 자본 유출입을 더 제한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