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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전무가 오후 6시 50분께 가장 먼저 도착했고 이어 손 회장과 이 부회장은 넥타이를 매지 않은 정장 차림으로 검은색 벤츠 승용차를 같이 타고 와 만찬 장소로 들어갔다. 또 정 부회장과 구 회장, 김 대표, 이 CIO 순으로 도착했다. 손 회장은 청와대 면담 직후 묵고 있는 서울 시내 한 호텔로 이동해 이 부회장과 만난 뒤, 함께 자신의 차량을 타고 식사 장소로 이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평소 친분이 두터운 두 사람이 미리 만나 안부를 묻고, 최근 사업 현안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한 손에 태블릿PC를 든 채 만찬장에 도착한 손 회장은 한일 관계 회복 가능성에 대해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I don’t know about politics(나는 정치에 대해 모른다)”라고 답하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이 부회장 등 나머지 기업 총수들은 별다른 언급 없이 약속 장소로 들어섰다.
손정의 회장 이끄는 투자펀드의 한국 관련 기업 초청
재계에 따르면 이날 만남은 손 회장이 이끄는 100조원 규모의 소프트뱅크비전펀드(SVF)과 연관된 한국 기업인들을 초청한 자리로 해석되고 있다. SVF는 영국 반도체 기업 ARM을 비롯해 GPU(그래픽처리장치)로 유명한 엔비디아 등 반도체 기업, 차량공유 업체인 우버, 동남아시아 최대 차량공유 업체 그랩, 중국판 우버인 디디추싱 등 모빌리티 기업까지 4차 산업혁명 관련 혁신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특히 얼마 전 방한해 문 대통령과 5대 그룹 총수를 만났던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이끌고 있는 사우디 국부펀드(PIF)가 SVF 1차 펀드의 최대 투자자다. 이번에 초대된 삼성, 현대차, LG, 네이버, 엔씨소프트, 한화 등은 AI를 비롯해 반도체, IoT(사물인터넷), 모빌리티, 신재생에너지 등에서 손 회장의 협업 파트너가 될 수 있는 기업들이다. 또 기업 총수들 입장에선 미·중 무역전쟁과 일본의 한국 수출규제 등 대외적으로 중요한 시점이라, 대내외 사정에 밝은 손 회장을 통해 관련 정보와 의견을 들을 수 있는 중요한 기회가 됐다.
AI 협업 및 투자 여부에 “YES”…日제재 대화도 나눠
손 회장이 공격적인 투자를 벌이고 있는 AI 분야도 이날 만찬에서 주요 화제로 떠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손 회장은 이날 문 대통령과의 청와대 면담에서도 “앞으로 한국이 집중해야 할 것은 첫째도 인공지능, 둘째도 인공지능, 셋째도 인공지능”이라며 AI 분야를 강조했다.
이날 만찬은 오후 9시 30분께 마무리 됐다. 가장 먼저 자리를 떠난 손 회장은 우리 기업들과의 AI 협업 확대 및 공동 투자 여부 등에 대해 “YES”라며 웃으며 답했다. 이에 대한 연내 실행 여부에 대해선 “I hope so(그렇게 되길 바란다)”고 뜻을 전했다.
일본의 한국 수출 제재에 대한 조언도 만찬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손 회장은 일본 제재에 관한 조언에 대한 물음에 “Yes, we talked a lot about it(그렇다, 우리는 그에 대해 많은 대화를 나눴다)”이라고 대답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번 만남에 대해 “손 회장과 우리 기업 총수들이 ‘1대 1’이 아니라 여러 명이 함께 만나는 형식이라, 구체적인 사업 논의보다는 SVF 2호 펀드 조성 준비를 위한 사전 수요 조사 성격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