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과는 달랐다…스타크래프트 인간 최고수에 AI 'GG'

프로게이머, AI 상대 4경기 19분 만에 'GG' 선언 받아내
세종대 김경중 교수 "스스로 학습 못하는 한계" 패배 인정
  • 등록 2017-10-31 오후 6:53:46

    수정 2017-10-31 오후 6:53:46

31일 오후 서울 광진구 세종대에서 열린 ‘인간 VS 인공지능(AI) 스타크래프트 대결’ 행사에 참가한 플레이어와 인공지능이 대결을 펼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윤여진 기자] ‘바둑 천재’로 불리는 이세돌과 중국의 커제도 인공지능(AI·Artificial Intelligence) 앞에서 무릎을 꿇었지만, 전략시뮬레이션 게임인 ‘스타 크래프트’(Star Craft)는 달랐다. 스타 크래프트 대결에선 인간이 AI를 상대로 한 수 위의 실력을 선보이며 경기를 압도했다.

세계 1·2위 AI, 페이스북 개발 AI도 인간에 완패

31일 오후 서울 광진구 세종대(총장 신구) 학생회관 지하1층 대강당. ‘인간 VS 인공지능(AI) 스타 크래프트 대결’이 펼쳐진 경기장에는 200명이 넘는 팬들과 취재진이 몰리면서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스타 크래프트 팬들은 프로게이머 송병구(29) 선수의 이름을 외치며 힘을 북돋웠다.

이번 대결에는 세종대에서 앞서 개최된 ‘2017년 세계 스타 크래프트 인공지능과 인공지능 간의 대회’에서 1위를 차지한 호주의 ZZZKBOT, 2위 노르웨이의 TSCMOO, 한국을 대표하는 세종대 김경중 컴퓨터공학과 교수 연구팀의 MJ봇, 페이스북이 개발한 CherryPi가 출전했다.

“수많은 경기를 치렀지만 AI와 대결을 펼치는 지금이 손에 꼽을 만큼 떨린다”던 송 선수는 막상 본격적인 대결이 시작되자 프로다운 냉정함을 유지했다. 자신의 주종족인 프로토스(Protoss)로 AI를 상대했다.

첫 상대는 테란을 종족으로 고른 김 교수팀의 MJ봇. 경기 초반 가스 확보에 집중한 테란은 시작 3분 만에 프로토스 진영의 기습을 감행했다. 앞마당을 지켜낸 송 선수가 ‘리버’ 컨트롤로 역공을 펼치자 MJ봇은 당황했다. 리버로 상대 진영 앞마당의 탱크를 공격한 뒤, 뒤따른 드라군 무리가 화력을 집중하자 테란 진영 순식간에 무주공산이 됐다. 경기 시작 10분, 해설진은 MJ봇 대신 GG(Good Game·기권)를 선언했다.

저그를 고른 세계 AI 스타크래프트 1위 ZZZKBOT(호주)이 나섰다.

프로토스는 경기 초반 침착하게 본진 플레이를 통해 2분 만에 공격에 나선 저그의 질럿 세 마리를 가뿐하게 무찔렀다. “경기가 끝났다”는 해설진의 탄성이 터졌다. 저그는 이후 국지전을 펼치면서 경기를 포기하지 않았지만, 역시 시작 5분 만에 GG를 선언해야 했다.

노르웨이 TSCMOO과 미국 CherryPi가 잇따라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역부족이었다. 경기는 5~6분 만에 송 선수의 승리로 끝났다.

4경기를 모두 마치는 데 걸린 시간은 총 19분에 불과했다. 여유를 찾은 듯한 송 선수는 “마음 편하게 경기를 했다”고 소감을 말했다.

일반인 상대 승리로 희망…시나리오 이탈하면 대책 없어

프로게이머와의 승부에 앞서 일반인과 AI간 게임도 진행됐다. 세종대 학생 이승현(에너지자원공학과)씨와 최철순(디지털콘텐츠학과)씨가 AI와 맞붙었지만 패배했다.

이씨는 테란을 고른 MJ봇을 상대로 첫 경기는 승리로 장식했지만, 저그를 선택한 ZZZKBOT과 TSCMOO에는 모두 패했다. 최씨는 세 AI에 모두 무릎을 꿇었다. 특히 ZZZKBOT는 이씨와 최씨와의 경기에서 모두 3분 만에 승리를 따내는 완벽한 모습을 보여줬다.

김 교수는 “일반인을 상대로는 이길 수 있는 모습에서 희망을 봤다”면서도 “알파고처럼 스스로 강화 학습을 하거나 창조적 플레이를 하지 못하고 입력된 시나리오만으로 경기를 전개하기 때문에 이런 틀에서 벗어나면 대책이 없다”고 패배를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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