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중소證 도왔으면”… 정부 눈치에 대형證 ‘대략난감’

금융당국, 중소증권사 대상 유동성 지원 프로그램 가동
1兆 규모 제2채안펀드 조성 거론되나 대형증권사 난색
“리스크 전이 혹은 배임 가능성 배제하기 어려워”
  • 등록 2022-10-26 오후 7:26:08

    수정 2022-10-26 오후 10:28:03

[이데일리 이정현 기자] 국내 대형 증권사들이 중소형 증권사의 리스크를 일부 떠안아 달라는 금융당국의 요청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부실 가능성이 있는 중소형사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을 매입할 경우 자칫 대형 증권사에까지 리스크가 번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금융투자협회는 지난 24일과 이날 주요 증권사를 소집해 최근 우려가 불거진 중소형사들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유동성 위기 해소 방안을 논의했다. 앞서 금융위원회가 지난 23일 자금시장 관련 현황 점검회의에서 “정부의 재원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말한 데 따른 것이다.

이 회의에서는 제2의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를 조성하는 방안이 주로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 증권사들이 최대 1조원 규모의 자금을 조성해 중소형사를 지원하자는 방안이다. 중소형사들이 신용 보강한 PF ABCP를 직접 매입하는 방안이 검토됐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그러나 대형 증권사가 힘을 보태줄지는 미지수다. 금리 인상과 증시 약세로 대형 증권사 역시 자금 유동성이 줄어든 데다 자칫 레고랜드 사태로 촉발된 중소증권사의 유동성 리스크가 업계 전반으로 전이될 수 있는 탓이다. 중소증권사 역시 경쟁사인 만큼 경영자의 배임 문제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날 금융위가 주재한 증권사 최고재무책임자(CFO) 간담회에는 정부 금융당국 관계자를 비롯해 주요 증권사 실무임원인 CFO 15명이 참석했으나 기금 조성이나 지원 등에 대한 결론은 내지 못했다. 금융위는 “지원 프로그램의 가동과 함께 증권업계도 담보가 우량한 ABCP나 정상 CP는 최대한 자본시장 내에서 흡수함으로써 정상적인 단기자금 시장 기능을 조속히 복원하고 시장 심리 안정에도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자율적으로 모색해 시행하기로 했다”고 에둘러 표현했다.

‘사고는 정부(강원도)가 쳐놓고 수습은 민간(대형증권사)이 하라는 것이냐’라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모 증권가 관계자는 “펀드 조성이 자칫 중소증권사의 부실자산을 대형증권사가 떠안는다는 식으로 시장이 받아들일 수 있는 만큼 매우 난감한 상황”이라며 “과거 코로나19 발병 등 국가 위기 상황에 기금을 십시일반했던 것과는 다른 문제”라 말했다.

한편 금융위는 이날 주요 시중은행장들과 만나 채안펀드 마련 자금조달 요청과 함께 유동성 관리를 당부하기도 했다. 채안펀드는 20조원으로 조성되는데, 대부분 금융지주가 도맡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이 은행채 발행을 자제시킨 상황에서 은행들의 자금확보가 여의치 않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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