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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박 부사장의 대표이사 선임은 증권업계 최초 여성 최고경영자(CEO)란 측면에서 의미가 있단 평가다. 여타 증권사에서 IB출신 인사를 대표이사로 선임하는 상황에서 은행 출신 인사가 증권사 대표이사로 꼽혔단 것도 파격적이다. KB증권은 박정림·김성현 투톱 체제로 당기순이익이나 자기자본이익률(ROE) 등의 측면에서 업계 2위를 달성하겠단 목표다. 다만 1963년생 동갑내기, 이 둘이 갈 길은 만만치 않단 평가다.
박정림 ‘WM’ 등 총괄·김성현 ‘IB’ 총괄
KB금융지주는 19일 계열사 대표이사 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박정림 KB증권 WM 부사장·KB국민은행 WM그룹 부행장·KB금융 WM총괄 부사장과 김성현 KB증권 IB총괄 부사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내정했다. KB증권은 20일 이사회, 21일 주주총회를 거쳐 대표이사를 확정한다.
KB금융은 “사업별 수익성 제고 및 조직 전반의 운영구조 효율화로 최고의 사업포트폴리오를 보유한 업계 탑(Top)2 증권사로 도약하기 위해 박정림 부사장과 김성현 부사장을 대표이사 후보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WM, 리스크, 여신 등의 폭넓은 업무 경험을 바탕으로 그룹(지주·은행·증권 동시 총괄) WM 부문 시너지 영업을 진두지휘하며 리더십을 발휘했단 평가다. 김 대표는 채권발행주관(DCM), 주식발행주관(ECM), 부동산, 해외 사업 등 IB 전 부문을 총괄해 투자자산 다변화 등을 통해 시장 지위를 개선시킬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내년 발행어음 사업, 투자처 발굴이 관건
KB증권은 올해까지만 보면 수익이 그리 나쁜 편은 아니다. 올 3분기까지 누적으로 당기순이익이 2198억원으로 전년동기보다 66.5% 증가했다. 그룹내에서 KB증권이 차지하는 순이익 비중도 작년 5.8%에서 올해 7.4%로 높아졌다.
그러나 윤경은 대표가 이끌어왔던 S&T 부문의 영업이익은 3분기 누적으로 189억원에 불과해 전년동기보다 677억원 가량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증시 변동성이 커진 영향이다. S&T는 자기자본투자로 주식, 채권, 파생, 선물옵션 등을 통해 수익을 내는 부서다. 5년째 1위 자리를 지켜왔던 채권발행주관(DCM) 등을 수성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상위권 진입을 목표로 했던 주식발행주관(ECM) 역시 작년보다 순위가 밀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히 내년엔 증시가 4년만에 박스권에 갇힐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경기침체 우려에 기업들 자금 수요가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IB부문에서 수익을 내기 어려운 환경이란 얘기다. 자기자본은 4조원으로 늘린 상황에서 ROE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게 급선무란 지적이다. KB증권의 ROE는 6%대로 경쟁사인 미래에셋대우(7%대), NH투자증권(9%대)보다 낮다.
이런 가운데 KB증권은 내년에 초대형 투자은행(IB) 중 세 번째로 발행어음 인가를 받을 예정이다. KB증권은 대표이사 선임 전날인 18일, 금융감독원에 단기금융업 인가를 재신청했다. 이에 따라 별 다른 사고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내년 1분기내에 어음을 발행해 기업금융을 확대해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KB증권의 자기자본 규모가 4조3900억원인 만큼 8조7800억원까지 어음을 발행할 수 있다. 발행어음은 WM부문의 사업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으나 은행 이자보다 높은 수익률을 유지하기 위해선 기업금융 등을 통해 수익을 내야 한다는 점이 부담으로 꼽힌다.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다면 어음을 발행할 유인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발행어음 인가를 받은지 1년이 넘은 한국투자증권도 올 9월말 발행어음 잔고가 3조4000억원으로 자기자본에 못 미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