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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이 같은 ‘갑질’을 일삼는 벤더는 백화점, TV홈쇼핑 등 대형유통업체와의 계약이 끊긴다. 또 최저임금 인상과 원재료 가격 변등 등으로 공급원가가 바뀌면 납품가격을 조정할 수 있는 근거가 계약서에 명시된다. 백화점·대형마트·TV홈쇼핑·온라인쇼핑몰·편의점·면세점 등 6개 유통업계 대표들은 29일 서울 남대문 공정거래조정원에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 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자율 개선 방안을 내놨다. 이른바 ‘김상조식 규제’에 대응해 유통사가 자발적으로 마련한 ‘셀프 개혁안’이다.
이날 업계에서는 이갑수 체인스토어협회 회장, 박동훈 백화점협회 회장, 이근협 TV홈쇼핑협회 부회장, 김형준 온라인쇼핑협회 부회장 등 6개 사업자단체 대표가 참석했다.
개선안에 따르면 유통사는 거래 관행 개선을 위해 납품업체에 내년 1분기부터 입점업체 선정 기준, 계약 절차, 판매장려금(납품업체에서 받는 수수료) 제도, 상품 배치 기준 등 거래정보를 미리 제공하기로 했다. 또 내년 상반기부터 거래 수량이 적힌 문서를 거래 전에 미리 교부해 납품업체의 재고 부담을 덜어주고, 벤더를 통한 납품을 금지하기로 했다. 입점 심사·협의 과정에서 납품업자에게 과다한 경영정보를 요구하는 행위를 근절하도록 입점프로세스도 개선한다.
일반적으로 PB제품은 마케팅과 유통비용이 절약돼 제조사 고유 상품인 NB(National Brand) 제품보다 가격이 10~20% 가량 저렴하다. 생산-유통 단계를 간소화해 가격을 낮추고 중간 마진의 일부를 유통업체가 챙기는 구조이다 보니 유통사는 PB 제품을 팔면 일반 제품보다 더 많은 이익을 낼 수 있다. 다만 인지도가 높은 식품업계 주력 제품까지 유통사가 손을 대기 시작한 것이 문제였다. 제품 진열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유통사가 PB 생산을 요청할 경우, 제조사로는 거부하기 어렵다.
다만 유통업계 대표들은 공정위 규제에 대한 불만도 토로했다. ‘패키지 규제안’이 아닌 오프라인과 온라인, 기업 간 경쟁상황 등을 고려한 ‘맞춤형 규제안’을 마련해 달라는 얘기다. 그러면서 지난 8월 발표한 유통 분야 불공정거래 근절 대책은 적극적으로 수용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김상조 위원장은 “PB상품 문제와 민감 경영정보 요구 등을 개선하기로 한 점은 법·제도나 정부의 대책만으로 채우기 어려운 빈자리를 효과적으로 메워주는 의미 있는 실천방안”이라며 “거래 관행 개선에 들어가는 노력을 비용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10년 후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투자로 받아들인다면 더 좋은 결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