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우리 음악회에 ‘감동’은 없습니다. 대신 충격은 있습니다. 하하하.”
| 지휘자 최수열(오른쪽)과 첼리스트 심준호가 최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에서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두 사람은 오는 11월 7일 이곳에서 공연하는 ‘최수열의 밤 9시 즈음에’에서 지휘자와 협연자로 호흡을 맞춘다. (사진=김태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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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만난 지휘자 최수열(45)은 예술의전당과 함께 선보이고 있는 기획공연 ‘최수열의 밤 9시 즈음에’를 이같이 소개했다. 11월 7일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 공연에 협연자로 함께하는 첼리스트 심준호(37)도 “선곡이 비범하지 않은 공연이다”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최수열의 밤 9시 즈음에’는 현재 국내 클래식 음악계에서 만날 수 있는 가장 참신한 기획공연이다. 생소한 현대음악을 늦은 밤 9시부터 딱 1시간 동안 들려준다. 지난해 처음 공연을 시작할 때는 ‘이게 될까?’라는 반응도 있었다. 그것도 잠시. 공연은 어느새 네 번째 무대를 앞두고 있다.
클래식은 물론 현대음악과 국악관현악을 지휘하는 등 도전을 이어오고 있는 최 지휘자와 공공기관으로서 쉽지 않은 시도에 나선 예술의전당의 기획력이 빛났다는 평가다. 공연 시간을 밤 9시로 공연 시간을 정한 것도 그의 결단이다. 최 지휘자는 “듣기 어려운 현대음악이 아니라 재미있는 현대음악을 소개하기 위해 시작한 공연”이라며 “관객이 현대음악을 졸지 않고 감상하며 새로운 감각을 느끼길 바라는 마음에 공연 시간을 정했다”고 밝혔다.
| 지휘자 최수열(왼쪽)과 첼리스트 심준호가 최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에서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두 사람은 오는 11월 7일 이곳에서 공연하는 ‘최수열의 밤 9시 즈음에’에서 지휘자와 협연자로 호흡을 맞춘다. (사진=김태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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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7일 공연의 메인 프로그램은 프리드리히 굴다의 첼로 협주곡이다. 재즈와 클래식을 넘나든 작곡가 굴다의 음악적인 색깔이 잘 드러나는 작품이다. 드럼과 전기 기타·베이스가 등장하는 1악장부터 클래식이 맞나 싶을 정도로 파격적이다. 협연을 맡은 심준호는 최 지휘자와 2022년 부산시향 공연에서 이 작품을 한 차례 연주했다. 당시 관객의 열광적인 반응을 잊지 않았던 최 지휘자가 2년 만에 심준호를 협연자로 다시 불러왔다. 심준호는 “록으로 시작해서 요들송과 현대음악, 바로크까지 다양한 색깔을 담은 곡”이라며 “첼리스트라면 한 번쯤 연주해보고 싶은 작품을 최 지휘자 덕분에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은 354석 규모의 작은 공연장이다. 독주회를 주로 여는 이곳에서 오케스트라 편성으로 현대음악을 연주한다는 점도 이 공연의 특별함을 잘 보여준다. 기존 클래식 공연보다는 무대 구성과 음향 등이 정돈되지 않고 거칠 수도 있지만, 이 점이 오히려 공연 의도와 잘 맞는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최 지휘자는 “비밀의 장소에서 소수가 모여 광기 어린 퍼포먼스를 보는 콘셉트다”라며 웃었다.
이번 공연에선 굴다의 작품 외에도 실험적인 음악을 추구한 이탈리아 작곡가 루치아노 베리오의 ‘싸이’, 네덜란드 작곡가 안드리센이 음표 대신 리듬의 강약만 지정한 작품 ‘워커스 유니온’을 선보인다. ‘워커스 유니온’은 한국 초연이다. 연주는 코리안챔버오케스트라(KCO) 단원들로 구성된 현대음악단체 KCO모더니즘이 맡는다. 최 지휘자는 “루치아노 베리오의 ‘싸이’와 잘 어울릴 심준호의 ‘깜짝 앙코르’도 함께 준비했다”고 귀띔했다.
| 지휘자 최수열(왼쪽)과 첼리스트 심준호가 최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에서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두 사람은 오는 11월 7일 이곳에서 공연하는 ‘최수열의 밤 9시 즈음에’에서 지휘자와 협연자로 호흡을 맞춘다. (사진=김태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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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음악이 어려운 이유는 기존 클래식과 달리 정형화된 형식에서 벗어난 음악이 많아서다. 두 사람은 “현대음악은 처음엔 어렵지만 듣다 보면 어느 순간 재미를 느끼는 때가 있다”며 “하나로 정의할 수 없는 다채로움이 현대음악의 매력이다”라고 전했다. 2년차를 맞아 성공적인 기획공연으로 자리 잡은 ‘최수열의 밤 9시 즈음에’는 내년에도 이어질 예정이다. 최 지휘자는 “지금까지 공연하면서 지루해하거나 조는 관객은 한 명도 없었다”며 “앞으로도 현대음악이 흥미로운 부분도 있다는 것, 괜찮은 기호품이라는 것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