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과 한진해운 등 기업구조조정이 진행되는 가운데 5대 취약업종의 업황위축이 가계 대출 건전성 악화로까지 이어지면 국책은행은 물론 일반은행들도 추가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8일 NICE신용평가(나신평)는 서울 여의도 NH투자증권에서 개최한 ‘저금리 심화 및 기업구조조정 추진에 따른 은행·캐피탈사의 신용위험 점검’ 포럼에서 2008년부터 2010년까지 국내 은행업 주요 지표와 2016년 현재 지표를 비교한 결과 시중은행의 자본적정성은 좋아졌지만 수익성과 자산건전성, 정부지원가능성은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김성진 나신평 책임연구원은 “바젤 III 도입에 따른 자본규제 강화와 선제적 자본확충으로 자본적정성 지표는 과거 대비 개선됐지만 지금과 같은 수익성과 자산건전성 저하 추세가 지속될 경우 작은 충격에도 자본적정성이 약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부 지원 가능성이 과거보다 높지 않은 점도 신용위험 확대 이유로 꼽았다. 한국은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이 조선·해운업 등 주요 기간산업에 관여돼 있지만 세계적인 규제 흐름이 정부가 지원을 줄이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나신평은 또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이 업종 전체로 확대될 경우 은행업 신용위험이 커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고용불안으로 이어져 궁극적으론 가계 대출 건전성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연구원은 “5대 취약업종 대출 건전성 저하를 가정해 스트레스테스트를 해본 결과 취약업종에 대한 여신비중이 높거나 기본 수익성이 저조한 은행을 중심으로 자본적정성 지표가 크게 하락했다”고 밝혔다.
은행별로는 농협·부산은행 등이 취약업종 구조조정 확대시 영향이 상대적으로 클 것으로 분석했다. 김 연구원은 “스트레스테스트 결과 농협·부산·경남·우리은행의 취약업종 구조조종 확대 영향이 크고, 특히 농협은행은 재무안정성 지표가 떨어지는 가운데 충당금 부담으로 수익성 하락이 현실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스트레스테스트가 등급변동으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5대 취약업종 여신비중이 높은만큼 신용악화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각 은행이 5대 취약업종에 대출한 비중을 보면 부산은행은 총 18.5%로 조사대상 13개 은행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농협은행의 경우 취약업종 여신 비중은 7.7%로 평균보다 낮았지만 조선업 여신비중이 2.2%로 조사대상 은행 중 가장 높았다.
정상 여신이 요주의 여신으로 내려서거나 요주의 여신이 고정이하 여신으로 변하는 점을 고려한 캐피탈사 시나리오 테스트에서는 신한캐피탈과 한국캐피탈, 효성캐피탈이 주요 모니터링 대상으로 꼽혔다. 이들은 요주의 여신 비율 중 부산·인천·울산·전남 등 주요도시 이슈지역 연체율 비율이 비이슈지역 연체율의 2배를 넘어섰다.
현승희 나신평 책임연구원은 “캐피탈사들이 상대적으로 조달금리가 낮은 단기조달 비중을 늘리면서 평균상환기한이 줄어들고 있는데 이는 조달시장 내 변동성을 증가시키고 차환위험을 높이는 요소”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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