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심재철 만나지 않아"…'무기한 전권 비대위' 논란

김종인-심재철, 23일 회동 불발…양측 전화통화만
김종인, 앞서 직접 나서 '킹메이커' 의지
이날도 홍준표 '얕보는 처사", 조해진 "식민통치 자청"
"리더십은 전권 얻는다고 만들어지는 것 아냐" 비판도
  • 등록 2020-04-23 오후 9:45:00

    수정 2020-04-23 오후 11:33:26

김종인 전 미래통합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23일 오후 외부 일정을 마친 뒤 서울 종로구 구기동 자택으로 향하고 있다. 김종인 전 통합당 총괄선대위원장은 이날 저녁 심재철 미래통합당 당대표 권한대행을 만나지 않았다고 전했다. (사진=뉴시스)
[이데일리 박경훈 기자]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가 시동을 채 걸기도 전에 불발 위기에 처했다. 정치권에선 김종인 비대위를 둘러싼 논란은 이제부터라는 시각이다.

김종인 전 미래통합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은 23일 밤 9시경 귀가 중 기자들과 만나 “심재철 통합당 당대표 권한대행을 만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앞서 심 대행은 이날 저녁 김 전 위원장과 만나 비대위원장 수락 여부를 매듭지으려 했다. 하지만 양측은 대면 없이 전화통화만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김 전 위원장은 직·간접적으로 ‘임기제한 없는 전권(全權) 비대위’를 요구했다. 사실상 김 전 위원장 본인이 직접 ‘킹메이커’에 나서겠다는 의미로 읽혔다. 하지만 김 전 위원장이 만남 불발을 전하며 김종인 비대위 출범은 불투명해졌다.

앞서 김 전 위원장은 강력한 당 개혁을 시사했다. 그는 당장 “상품이 안 팔리면 그 브랜드를 바꿀 수도 있다”며 외관부터 뜯어고칠 것임을 피력했다. 한 벌 더 나아가 김 전 위원장은 비대위를 계엄령에 빗댔다. 그는 “비상계엄령을 선포하면 헌법도 중지된다”면서 “비상대책이라는 것은 당헌·당규에 너무 집착하다 보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다음 대선을 어떻게 끌고 갈 것이냐’는 준비가 되지 않고서는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김종인 비대위는 세대교체과 이념·가치 재정립에 나설 거라는 관측이다. 김 전 위원장 본인도 차기 리더십으로 “1970년대 후반에 태어난, 혁신할 수 있는 자질을 가진 사람이 튀어나왔으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가치적으로는 참패의 원인이 됐던 태극기 세력, 강경 유튜브·기독교 세력과도 선을 그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김종인 비대위가 순항할지는 의문이라는 목소리다. 이날도 김 전 위원장을 향한 비판이 쏟아졌다. 홍준표 무소속 당선인은 “아무리 당이 망가졌다고 해도, 기한 없이 무제한의 권한을 달라고 하는 것은 당을 너무 얕보는 처사가 아닌냐”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조해진 당선인은 “비대위 체제는 당이 자주적 역량이 없어서 식민통치를 자청하는 것과 같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조경태·정진석·김태흠 의원 등을 비롯해 외부 세력인 국민통합연대도 김종인 비대위를 반대하고 나섰다. 게다가 이번 비대위는 공천권과 상관없다. 김 전 위원장이 당을 정상적으로 이끌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한 전직 비대위 핵심관계자는 “민주정당에서 ‘무기한 전권 비대위’라는 말 자체가 나오는 게 웃음거리”라며 “리더십은 본인이 만들어가는 거지 전권을 얻는다고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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