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이름도 생소한 ‘건설기계개별연명사업자협의회’(건사협)를 알게 된 건 작년 12월1일 공정거래위원회 세종청사 앞에서다. 추운 날씨에도 수 백명이 공정위 앞 콘크리트 바닥에 앉아 ‘건설노조 불법행위 엄단’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봄이 찾아온 지난 3월 다시 공정위 앞, 그리고 국토교통부·고용노동부에서 집회를 열었다.
| 건설기계개별연명사업자협의회가 지난 3월 오전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앞에서 집회를 열어 ‘건설노조불법행위 방치 규탄’을 외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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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사협은 전국 건설현장에서 굴착기·불도저·지게차·덤프트럭 등 각종 건설기계를 운용하는 개인사업자 단체다. 각자의 밥벌이로 바쁠 이들이 세종에 모인 것은 민주노총·한국노총 양대 노동조합의 횡포 때문이다. 양대 노총은 전국 건설현장에서 자신의 노조에 속한 이들의 건설기계만을 사용할 것을 건설사에 강요하고 이를 위해 현장을 불법으로 점거하거나 심지어 태업·폭행하는 일도 있었다. 노조는 무섭고 공사는 계획대로 진행해야 할 건설사는 결국 노조의 요구를 들어줬고, 갈수록 자리가 없어진 건설기계 개인사업자들이 들고 일어선 것이다.
건사협에 따르면 양대 노총의 이 같은 위법행위는 오래 전부터 있었지만, 문재인 정부가 시작된 5년 전부터 더 심해졌다고 한다. 형법상 업무방해로 강제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경찰, 부당채용을 적발하고 노조 불법행위를 단속할 고용부, 권한이 없다고 손을 놓고 있던 국토부까지 모두 `노동친화정책`을 펴는 정권을 의식해 눈치를 봤기 때문이다. 건사협 관계자는 “사정을 설명하려고 국회의원까지 만났는데 ‘민주노총은 어떻게 다룰 수 없으니 원만히 합의하라’고 하더라”고 혀를 찼다.
정부는 정권이 끝나가는 지난해 10월에야 `건설현장 불법행위 근절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대응에 나섰으나 너무 늦었다. 공정위도 4월 중순에야 처음으로 민주노총 전국건설노조 부산건설기계지부를 공정거래법 상 사업자단체 불법행위(불공정거래행위 강요)로 제재하기 위해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격)를 발송했다. 보수 정권으로 바뀐 뒤에야 심사보고서를 보낸 공정위도 칭찬하긴 어려우나 경찰과 고용부가 제대로 했다면 공정위에 오기 전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일이었다. 공정위는 노동조합을 처음으로 이익단체인 ‘사업자단체’로 해석해 처벌할 수 있느냐는 불확실하고 부담스러운 숙제를 안았다.
사전을 펼쳐 보면 노동조합은 ‘노동자들이 회사의 불합리한 대우에 대처하고 적법한 이익을 누리기 위해 결성한 단체’로 정의돼 있다. 어디에도 자기 노조원만 잘살기 위해 불법행위를 불사해도 된다는 얘기는 없다. ‘고용주’라고 할 수 있는 건설사는 대부분 노조가 두려워 신고도 제대로 못 했다고 한다. 진짜 노조의 역할은 무엇일까. 그리고 이들은 언제까지 성역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