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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다른 제재없이 이뤄지는 상장사들의 자진 상장폐지가 소액주주에게 불리하다는 지적이 일면서 관련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현재 한국거래소의 자진상장폐지 규정은 다수로 구성된 소액주주 지분을 헐값에 대주주가 가져가더라도 딱히 막을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이에 금융투자업계나 국회에서는 자사주 매입을 전제로 한 상장폐지시 자동소각을 도입하는 등 관련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배주주 지분에서 자기주식(자사주)를 제외하는 내용 등을 담은 상법개정안을 지난 25일 대표 발의했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상장폐지된 기업(코스피·코스닥·코넥스 포함)은 총 61곳이며 이 중 ‘신청에 의한 상장폐지’(자진상폐)된 곳은 한 곳으로 나타났다. 2017년에 자진상폐된 기업은 9곳, 2016년에는 3곳으로 각각 나타났다.
자진상폐된 곳 중 일부는 테림페이퍼처럼 대주주가 자진상폐를 통해 소액주주의 지분을 헐값에 인수한 다음 배당 확대 등으로 이익을 챙기는 수법을 이용했다. 소액주주 축출전 테림페이퍼의 5년간(2013~2017년) 평균 배당성향은 5.9%였지만, 상장폐지후 지난해 3분기 배당성향은 92.5%에 이르렀다.
문제는 기업 대주주가 자진상폐 규정을 악용하고 있다는 데 있다. 거래소 유가증권시장 규정상 소액주주 비율이 10% 아래로 떨어지면 관리 종목에 지정되는데 상장폐지를 원하는 대주주들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 규정상 소액주주 주식이 200만주 아래, 지분율 10% 미만이 2년 연속 유지되면 상폐 대상이 된다.
또 자사주 취득 과정에서 소액주주가 소외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상장폐지 되려면 최대주주 주식 비율이 95%를 넘기도록 주식을 매수하는 게 필요한 데, 현재는 자사주가 최대주주 지분에 합산된다. 이때 자사주는 회사의 돈으로 매입한 만큼 최대주주 지분에 합산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매입한 자사주 자동소각 규정 도입, 증권선물위원회가 지정한 회계법인에 가치평가서 제출의무 등을 도입하자고 제안이 나온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자사주 매입 상장폐지시 자동소각이 도입되지 않는다면 소액주주들은 소중한 재산을 헐값에 대주주에게 빼앗길 수밖에 없다”며 “또 자진상폐시 증선위가 지정한 회계법인의 가치평가서 제출의무를 부과해 외부 전문가치평가기관의 가치평가액이 대주주의 상폐가격에 반영되도록 강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용진 의원도 지난 25일 지배주주가 매도청구권을 행사하고자 하는 경우 최대주주 95% 요건 계산시 자기주식을 총발행주식수와 보유주식수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2011년 상법 개정으로 95%이상 주식을 보유한 지배주주가 5%미만의 주식을 보유한 소수주주의 주식을 강제로 취득할 수 있도록 허용됐다. 이후 법원에선 발행주식총수 범위에 제한을 두지 않고, 자회사가 보유한 자기주식은 발행주식 총수는 물론 지배주주의 보유주식수에도 합산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박 의원은 “다른 나라의 경우 소액주주 권리 침해 문제로 자사주는 소각 목적으로 매입하도록 한다든지, 주주 평등주의를 따르도록 하고 있다”며 “거래소의 자진상폐 규정도 개정해 자기주식을 총발행주식수와 지배주주의 보유주식수에서 제외하고, 자진상폐 기업에 대해선 증선위가 회계감사인을 지정할 수 있도록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외감법) 시행령을 개정하는 방안을 관계당국과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