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빈방 남아돈 휴가지 숙박업소.. 체감경기 급락

7월 숙박업BSI 62.. 한달새 8p↓
6월 전망치보다 무려 25p 낮아
전망-실제 괴리 31개월만에 최고
  • 등록 2018-08-06 오후 6:13:28

    수정 2018-08-06 오후 6:13:28

숙박업 업황실적 BSI에서 업황전망 BSI를 뺀 값. 그래프가 아래를 향할수록, 한달 전 예상보다 실적이 좋지 않았다는 뜻이다. 자료=한국은행
[이데일리 김정현 기자] “경기가 워낙 안 좋은데 폭염까지 겹치다보니 숙박업체들부터 앓는 소리가 나옵니다. 자기 건물인 업주들은 버티지만 임대업주들은 폐업이 속출하는 상황입니다.”

이동 대한숙박업중앙회 제주특별자치도지회 사무처장은 7~8월 위생점검 평가를 위해 제주도 숙박업체를 일일이 방문하면서 올해 성수기 불황을 실감하고 있다. 성수기에 손님으로 바글바글해야 할 숙박업소에 빈방이 남아돌고 있어서다. 이 사무처장은 “성수기임에도 공실률이 엄청나게 많다”면서 “폐업으로 인해 공실이 아니라 멸실이 되는 상황”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유례없는 폭염에 성수기를 맞은 국내 숙박·여가산업 경기가 예상보다 크게 위축되고 있다. 다소 살아나던 민간소비가 다시 주춤해진 가운데, 당분간 소비심리가 반등하지 못 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7월 숙박업 업황실적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전월 대비 8포인트 하락한 62를 기록했다. 지난 6월 숙박업 관계자들이 전망한 7월 업황전망 BSI는 87이었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무려 25포인트 낮았다.

BSI는 기업가의 현재 경영상황에 대한 판단과 향후 전망을 조사해 작성된다. 기준치인 100을 넘어설 경우 긍정적인 응답을 한 업체가 더 많았다는 뜻이고 100 이하면 그 반대다.

지난 6월만 해도 숙박업 관계자들이 7월 숙박업 경기가 나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는데, 실제 7월 장사를 해보니 예상보다 경기가 크게 부진했던 것으로 파악했다는 의미다. 전망과 실제의 괴리(-25포인트)는 지난 2015년 12월(-31포인트) 이후 가장 컸다.

업종별로 살펴봐도 지난달 숙박업 경기가 특히 부진했다. 7월 업황실적 BSI에서 지난 6월 발표된 7월 업황전망 BSI를 뺀 값을 업종별로 계산해보니, 숙박업이 가장 마이너스(-) 폭이 컸다. 펄프·종이업(-14포인트), 인쇄업(-13포인트), 운수·창고업(-12포인트)이 그 뒤를 이었다.

이같은 전망치와 실적치 차이는 최근 내수가 불안한 상황에 일차적인 원인이 있다는 분석이다. 다소 살아나나 했던 민간소비는 올 2분기 전분기 대비 0.3% 증가하는 데 그쳐 6분기 만에 가장 낮았다. 비제조업 종사자들도 한국은행 설문에서 ‘내수 부진’(17.1%)을 경제심리가 악화된 주요인으로 꼽았다.

여기에 폭염이 내수 위축에 기름을 부었다는 설명이다. 이기종 경희대 관광학부 교수는 “이런 폭염은 근래에 찾아볼 수 없는 특수한 사례”라며 “너무 더워서 여행을 가는 것도 엄두가 안 나는 측면이 있어 관광 관련 국내 산업이 위축됐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기조적으로 부진한 내수를 관광산업이 그나마 채워주는 측면이 있었는데, 그 부분이 어렵게 됐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내수가 위축된 상황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했다. 지난 7월 조사된 이번달(8월) 숙박업 업황전망 BSI는 66으로, 7월 실적(62)보다는 소폭 높았으나 7월 전망치(87)보다는 크게 낮았다. 소비자들도 비슷한 응답을 내놨다. 지난달 조사된 소비자동향지수(CSI)의 외식비와 여행비 지출은 각각 1포인트, 2포인트 하락했다. 교양·오락·문화생활비 지출전망 역시 1포인트 내린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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