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의무복무 12개월 러시아군…18개월로 줄인 한국군

군사강국 러시아, 우크라서 예상 밖 고전
의무복무 1년 이하 비숙련 軍, 낮은 사기 드러내
의무복무기간 단축한 한국군, 반면교사 삼아야
  • 등록 2022-03-15 오후 7:00:00

    수정 2022-03-15 오후 7:00:00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세계 2위의 군사력을 자랑하는 러시아가 상대적으로 열세로 평가받는 우크라이나에서 고전하는 모양새다. 4~5일만에 수도 키이우 점령이 가능할 것이라는 러시아와 세계 군사전문가들의 예상이 빗나갔다.

침공 20일이 지났지만 우크라이나군의 결사 항전에 러시아군은 키이우 진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항복을 유도하기 위해 러시아군이 민간인 거주지역을 무차별적으로 폭격하는 비인도적 행위를 자행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러시아군의 고전 이유가 군사 전략적 측면과 전술적 측면 등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병력 구조와 군의 사기 문제도 한 몫 한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군은 징모혼합제로 병력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짧게 의무복무만 마치고 전역하는 병사와, ‘계약’을 맺고 전문 분야에서 여러 해 또는 장기복무를 하는 병사를 구분해 징집하는 병역제도다.

러시아에선 18~27세 남성들에게 병역의무가 부여되는데, 의무복무기간은 1년에 불과하다. 과거 러시아군의 의무복무 기간은 육군 2년, 해군 및 공군은 3년이었다. 하지만 ‘데도브시나’라는 이름까지 붙여진 구타·가혹행위 문제가 극에 달해 지난 2008년부터 전군 1년으로 복무기간을 대폭 단축했다고 한다.

러시아는 숙련도 등을 이유로 의무복무 병사의 해외 작전 참여를 법령으로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우라크라이나 전에 징집병사들을 참전시키기 위해 장기복무 병사로 ‘계약’을 강요한 정황들이 포착됐다. 실제로 전사자들 중 징집병사들이 포함돼 있다는 언론보도가 잇따랐다.

우크라이나 키예프 인근 부차 마을 주민들이 러시아군 차량 잔해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군 복무 1년 이하의 비숙련병으로 이뤄진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군사강국으로서의 전투수행 능력을 의심케 한다. 장비를 버리고 도망가거나 항복하고, 심지어는 군무를 이탈하는 병사들 모습이 외신들을 통해 보도됐다.

이같은 러시아군의 매우 낮은 사기는 의무복무기간을 단축한 한국군도 생각해 봐야 할 문제다. 문재인 정부는 육군 의무복무기간을 1년 6개월로 줄이면서 숙련도 문제를 전투부사관으로 메우겠다고 했다.

그러나 계획대로 되지 않은듯 하다. 최근 5년간 육군 부사관 평균 충원율은 86.7%에 불과했다. 해병대의 경우에는 70.8%까지 떨어졌다.

윤석열 당선인 역시 비전투 분야는 군무원 등 민간인력에 맡기고, 현역병 소요를 단계적으로 축소하겠다고 공약했다. 무인 로봇 전투체계로 이를 대신할 것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아무리 첨단 장비라도 오작동이나 결함이 발생하는 순간 무용지물이 된다. 기상 상태나 여러 환경 여건 등의 변수도 시스템의 신뢰성을 떨어트린다.

인구 절벽 시대 상비 병력 축소에 대응하기 위해선 첨단 장비 중심으로 군사력을 건설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결국 해당 장비를 운영하고 상황을 분석해 대응하는 것은 사람이다. 이는 결국 군의 정신전력과 숙련도 문제로 이어진다는 얘기다. 이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우리 군에 주는 또 하나의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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