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데일리 손의연 기자] 차량 공유서비스 시행을 둘러싼 택시업계와 카풀업계 간 갈등이 좀처럼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업계와 정부, 여당이 결성한 사회적 대타협 기구가 세 차례나 회의를 진행하면서 절충안을 마련하는 듯 했지만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택시업계는 업계가 수용할 만한 대책을 내놓기를 요구하고 있고 정부와 여당은 기존 안을 되풀이하는 데 그치고 있다.
최근 택시업계는 대타협기구에 참여 중인 카카오 카풀 뿐만 아니라 타다, 풀러스 등으로 전선을 넓히며 카풀 관련 법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택시·카풀 사회적 대타협기구는 이달 말까지 결론을 내리기로 했지만 결국 다음달 첫주까지로 결론 도출을 미뤘다.
여당 “카풀 1일 2회 운행 제한” vs택시업계 “출퇴근 시간대 안정하면 사실상 전업”
택시 불법 카풀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는 지난 26일 비대위 전체 회의를 진행한 결과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카풀·택시 TF대책본부 위원장이 제안한 중재안을 거절했다고 27일 밝혔다. 전 의원은 1일 2회에 한해 카풀을 허용하는 중재안을 택시업계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택시업계에 따르면 사회적 대타협 기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민주당은 운행자가 하루 출퇴근 때 3시간씩 총 6시간 카풀을 운행할 수 있는 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그러나 비대위는 일정한 출퇴근 시간대를 법으로 정하지 않으면 카풀이 결국 전업 운송영업과 다를 바 없다며 거절 의사를 밝혔다.
현재 택시업계는 문진국 자유한국당 의원의 안을 마지노선으로 보고 있다. 해당 안은 현행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여객운수법) 중 규정돼 있지 않은 출퇴근 시간대를 `오전 7~9시, 오후 6~8시`로 명문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택시업계 관계자는 “전 의원의 중재안은 1년 전 국토교통부가 제시했지만 업계가 이미 반대했던 것”이라며 “업계에서는 출퇴근 시간대를 확실히 정하는 것과 하루 2회 두 시간 운행을 가능하도록 하는 것을 마지노선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택시업계는 또 유사택시 영업을 막기 위해 이용자가 거주지와 출퇴근 지역을 명확하게 등록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이는 서울고등법원이 카풀 앱을 이용해 자신과 출퇴근 동선이 다른 손님을 태워준 뒤 돈을 받은 자가용 운전자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의 운행정지 처분이 적법하다는 판결을 내린 데 따른 것이다.
택시업계, 카카오에 이어 타다, 풀러스까지 전선 확대…택시·카풀 갈등 ‘첩첩산중’
이에 대해 카풀업계도 맞고소를 불사하고 무상 카풀서비스 카드를 꺼내 들었다. 타다 측은 업무방해와 무고 등 혐의로 택시업계 관계자들을 맞고소하겠다고 밝혔고 풀러스는 무상 카풀서비스를 내놓았다.
현재 택시업계는 근본적으로 여객운수법을 개정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 때문에 임시국회가 열리는 시기에 맞춰 4차 대규모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를 진행할 방침이다. 전현희 의원은 지난 20일 이달 말까지 사회적 대타협 기구의 결론을 내리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사정이 여의치 않자 이날 열린 민주당 정책의원총회에서는 다음달 첫 주까지 결론을 도출하겠다며 한 발 물러섰다.
전 의원은 26일 열린 택시 비대위 전체회의에도 참석했지만 택시업계가 결국 중재안을 받아들이지 않아 기한을 미룬 것으로 보인다. 다만 택시업계는 사회적 대타협 기구에 계속 참여할 것이며 오는 28일 열 예정이었던 집회를 미루겠다는 입장만을 내놨다. 택시업계 관계자는 “지난번 3차 대타협 기구에서 나온 합의를 정부와 여당이 뒤집고 다른 중재안을 들고 와 대타협 기구 결론이 나오는 데 상당한 시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와 여당·업계 관계자뿐만 아니라 객관적인 법률 전문가가 대타협 기구에 참여하는 등 새로운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