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제약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인공지능 기반의 신약 개발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앞서 대웅제약은 지난 1월 미국의 인공지능(AI) 기반 바이오기업 ‘A2A 파마’와 항암 신약을 공동 연구·개발하는 파트너십 계약을 맺었다. A2A가 AI 신약 설계 플랫폼(SCULPT)을 활용해 신규 화합물을 설계하면 대웅제약이 물질 합성에 나선다.
|
K바이오가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신약개발에 뛰어드는 이유는 인공지능 기술이 신약개발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어서다. 신약개발은 후보물질 발굴, 전임상시험, 임상시험, 시판 등 4단계로 구분된다. 이런 과정에 10~15년이 걸리고 1조원 이상투자가 필요하다. 하지만 5000만~1만개의 후보물질이 임상에 성공해 최종 신약 승인을 받는 것은 1개에 불과하다.
하지만 인간의 몸과 약에 대한 다양한 데이터를 학습한 인공지능을 이용하면 좀더 효율적으로 약을 개발할 수 있다는 평가다. 일본제약공업협회에 따르면 인공지능을 신약개발에 활용하면 평균 10년이 걸리던 신약개발 기간이 3∼4년으로 짧아지고 개발 비용도 절반으로 절감할 수 있다.
특히 전통적인 신약 연구 개발 경쟁에서 K바이오는 경쟁력이 크지 않다. 국내 제약 바이오 기업의 매출 자체가 작기 때문이다. 실제 2018년 매출 기준 세계 상위 50개 제약기업 가운데 국내 기업은 단 한 곳도 없다. 50위를 차지한 기업은 미국의 페링으로 매출이 2조6000억원 규모다. 같은해 국내 1위 유한양행의 매출은 1조5000억원이다.
전문 인력 확보하고 데이터 활용 여건 개선해야
인공지능은 신약 개발의 여러 단계에 활용할 수 있다. 신약 후보물질을 도출하는 것부터 예측모델을 활용해 약물에 효과를 보일 환자를 선별하는 한편, 임상시험을 설계하거나 기존 약물의 새로운 적용질환을 찾아내는 데도 적용한다.
이에 견주면 인공 지능을 활용한 K바이오의 신약 개발 수준은 걸음마 단계로 평가된다. 인공지능 기반 신약개발을 제대로 하기에는 전문인력이 부족한 데다 유전자 정보 등 보건의료를 빅데이터로 활용하는 데도 제도적 걸림돌이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의 AI신약개발지원센터 관계자는 “국내에는 인공지능 전문가뿐만 아니라 인공지능에 쓸 수 있도록 데이터를 가공하는 ‘데이터 사이언티스트’(정보 분석가)도 부족하다”며 “임상 데이터 역시 ‘데이타 3법’의 후속 작업이 진행돼야 제대로 할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례로 누구의 정보인지 알 수 없게 한 ‘가명정보’를 개인정보의 주체없이 연구 등에 이용할 수 있도록 한 이른바 데이터3법이 1월 국회를 통과했지만 아직 빅데이터 활용의 숨통이 트이지 않았다는 평가다. 개정안은 가명 정보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을 담고 있지 않아 시행령에 위임했는데 아직 시행령 마련이 되지 않은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