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분기 역대 최악의 적자를 기록한 국내 정유사들은 2~3분기에도 대규모 적자가 이어질 경우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고 토로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석유 수요 감소와 유가 하락에 따른 정제마진 악화 등의 악재가 동시에 겹치면서 수익성 회복이 쉽지 않아서다. 정유업계는 유류세의 한시적인 납부 유예만으로는 앞으로 닥칠 위기를 돌파하기엔 역부족인 만큼 전반적인 유류세 개편뿐 아니라 수입관세 인하 등 구조적인 문제 해결과 함께 기간산업 선정을 통한 일부 운영자금지원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유류세 개편·수입관세 인하 또는 폐지 필요”
정유사들이 처한 상황은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코로나19로 소비가 멈춰버린 항공유를 비롯한 휘발유·경유 등을 원유 저장탱크에 가득 채운 것도 모자라 석유공사의 비축시설까지 빌린 상태다. 들어갈 돈은 많은데 영업손실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자칫 유동성 위기에 내몰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
교통·에너지·환경세, 개별소비세 등으로 구성된 유류세 개편도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휘발유의 리터당 공장도가격은 310원에 불과하지만 세금은 850원가량 한다. 정유사가 휘발유를 공짜로 판다해도 소비자는 리터당 1000원을 내야 하는 구조다. 유가하락에도 불구하고 실제 소비자에게 공급되는 휘발윳값이 1000원 밑으로 떨어지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정유업계가 처한 위기상황을 고려하면 수입품목 관세 부과금과 개소세는 한시적으로 완화해주는 게 필요하다”며 “국가 재정상 세수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탄력세율을 적용해 완화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
실제 정유업은 국내 수출기여도가 반도체보다 높은 22%를 차지할 정도로 크지만 일자리창출 기여도는 낮다. 다만 20년 이상 숙련된 장기근속자들이 많은데다 공장가동을 위한 필수인력들이다보니 구조조정도 여의치 않은 구조다. 한 정유사 관계자는 “공장가동률 감축이나 각종 경비 절감, 임원 급여 삭감 등을 통해 자구노력을 하고 있지만 정부나 시장의 눈높이와는 괴리가 있다”며 “모든 산업과의 연관성이 큰 정유업을 기간산업에서 제외시킨 것은 이 같은 인식을 방증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
금융당국 관계자는 “6일 산은법 시행령 개정안이 입법예고된 만큼 오는 8일까지 의견수렴을 거칠 예정”이라며 “조속한 지원을 위해 다음주에도 산업부 등 유관기관과 협의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어 “정부가 앞서 발표한 7대 기간산업 이외에도 국민경제 등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고려한 지원 대상은 언제든지 융통성을 발휘해 확장할 여지는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