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을 매출채권이 없었다"…업계에서 본 옵티머스펀드 제안서

공공기관이 발주한 확정매출채권에 투자?
"납품시 은행통해서 자금조달 가능"
"투자할만한 채권 없어"
  • 등록 2020-06-24 오후 6:26:18

    수정 2020-06-25 오전 8:46:51

[이데일리 이광수 기자] 대규모 환매 사태가 우려되는 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의 운용 전략에 대해 여러 헤지펀드 자산운용사가 비슷한 전략이 가능한지 검토했지만 투자 가능한 매출채권이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옵티머스운용은 당초 상품 제안서에는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하겠다고 투자금을 받았지만 실제로는 한 대부업체가 발행한 사채를 사들였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다수의 헤지펀드 자산운용사는 작년 말에서 올해 초 옵티머스운용의 ‘옵티머스크리에이터전문사모’ 제안서를 받았다. 일부 운용사의 경우 판매사들로부터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하는 펀드를 만들 수 있는지 문의도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투자가능한 매출채권이 없었다는 게 복수 관계자의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공공기관 매출채권 유동화 상품에 대한 수요가 있다는 얘기를 들어서 검토했지만 투자할만한 대상을 찾지 못해 그만 뒀다”고 설명했다.

옵티머스크리에이터전문사모의 상품 제안서를 보면 투자 대상으로 ‘공공기관이 발주한 확정매출채권’으로, 투자 전략은 공공기관이 발주한 확정매출채권에 95% 이상 투자하는 것으로만 돼 있다. 상품 만기도 설정 후 6개월로 이례적으로 짧다.
공공기관에 일정 이상 규모의 납품을 하기 위해서는 조달청 발주시스템인 나라장터를 통하도록 돼 있다. 이 경우에는 1금융권인 은행을 통해서 자금 조달이 대부분이 이뤄지기 때문에 이들의 매출채권에 투자한다는게 의아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나라장터에 리스트업 된 것만으로도 은행에서 저리로 자금을 구할 수 있다”며 “거래 상대방이 공공기관이라고 해도 납품하는 기업들은 신용등급도 없는 경우가 많은데 과연 안전하다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에 판매사 측은 “옵티머스운용은 공공기관 발주 도급공사 관련 유휴성 매출채권을 단기 유동화하는 데 있어 협력 건설업체와 공공기관을 상대로 한 영업력을 자신들의 차별적 강점으로 제안했다”며 “실제 그간의 실적을 바탕으로 시장을 확장시켜 나가고 있음을 설명해왔다”고 밝혔다.

과장된 용어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옵티머스운용과 판매사에서 상품의 강점으로 내세운 ‘공공기관 매출채권’은 풀어서 설명하면 공공기관에 납품하는 중소 업체의 매출채권이다. 가령 한국전력(015760)에 납품하는 한 중소업체의 매출채권을 한국전력 매출채권이라고 표현해도 되는지부터가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다만 일반적으론 상환의무를 가진 공공기관명을 통상적으로 쓰는 경우도 있다는게 판매사 측 설명이다.

옵티머스운용의 총 펀드 판매 금액은 약 5355억원이다. NH투자증권 4407억원어치를 팔며 전체의 80% 이상을 팔았다. 지금까지 환매가 연기된 상품은 15·16·25·26호로 총 680억원 규모다. 업계에서는 아직 만기가 돌아오지 않은 펀드 대부분이 환매가 중단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옵티머스운용은 이혁진 전 대표가 지난 2009년 4월 세운 에스크베리타스자산운용이 전신이다. 현재 주주는 △양호 전 나라은행장(미국 LA에서 설립된 한인은행) 최대 주주(2.0%) △다함넷(1.3%) △코스닥 상장사 옵트론텍(0.7%) △농심캐피탈(0.5%) △건물과사람들(0.2%) △기타 개인주주(8.7%)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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