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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는 기업집단 미래에셋에 대해 계열사들의 일감 몰아주기로 특수관계인에게 부당 이익을 귀속한 행위에 시정 명령과 과징금 43억9000만원 부과를 결정했다고 27일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미래에셋자산운용·미래에셋대우·미래에셋생명(085620)보험(주요 3사) 등 미래에셋 계열사 11개는 2015~2017년 미래에셋컨설팅이 운영하는 블루마운틴CC·포시즌스호텔에 대규모 내부거래로 성장을 도왔다는 혐의를 받았다.
계열사들은 그룹 차원에서 고객 접대나 행사·연수 시 해당 골프장·호텔 이용 원칙을 세웠으며 주요 3사에게는 선불 방식의 바우처도 할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직원·고객용 선물을 그룹이 통합구매하게 했으며 골프장에 주요 3사 광고도 배분했다.
미래에셋의 내부 거래는 그룹 의사결정을 담당하는 미래에셋캐피탈이 개입하면서 공정거래법상 요구되는 객관적·합리적 고려나 비교 없이 미래에셋컨설팅의 요구를 수용했다는 게 공정위 판단이다.
3년간 내부거래 규모는 골프장 297억원, 호텔 133억원 등 총 430억원이다. 이는 블루마운틴CC·포시즌스호텔이 같은 기간 올린 전체 매출액(1819억원)의 23.7%에 달한다.
박 회장에 대한 검찰 고발 여부가 관건이었지만 고발 조치는 하지 않았다. 특수관계인(박 회장 일가)의 관여에 대한 법 위반 정도가 중대하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미래에셋컨설팅이 3년간 318억원의 적자를 지속했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미래에셋그룹 법인 고발도 없던 이유도 마찬가지다. 계열사가 새로운 사업을 창출해 부당 내부거래를 한 것이 아니라 기존에 영위하는 사업을 이용케 한 조치여서 법 위반 정도가 크지 않다는 것이다.
이번 제재 조치에 미래에셋그룹 주력 계열사인 미래에셋대우는 겸허히 수용하겠다는 입장이다. 회사 측은 “최근 전원회의 자리에서 회사와 관련된 사항에 대해 최선을 다해 소명했고, 지적 받은 일부 사항에 대해서는 특별한 의도나 계획을 가지고 진행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충분히 전달했다”며 “그 결과 위원들께서 심사숙고해서 결론을 도출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미래에셋은 전원회의에서 언급된 사항들을 검토해 보다 엄격한 준법 경영 문화가 잘 정착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계열사 간 거래와 관련된 컴플라이언스 프로세스를 더욱 강화, 시행하고 있으며, 향후 공정위 의결서를 받으면 추가로 시행할 사항이 있는 지도 적극 점검하겠다는 것이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지난 2017년 12월 미래에셋자산운용을 검사하던 중 미래에셋컨설팅과 거래 내역에서 일감몰아주기 관련 공정거래법 위반사항을 발견, 해당 내용을 공정위에 전달하면서 관련 조사가 시작됐다.
발행어음 ‘4파전’ 전망…시장 경쟁 가속화
이번 공정위 제재에서 검찰 고발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수위인 시정명령과 과징금 부과가 결정됨에 따라 미래에셋대우는 적격성 심사 여부에 리스크를 해소하게 됐다.
회사 관계자는 “발행어음 인가를 받으면 자본시장 성장과 경제 재도약에 핵심 요소인 모험자본 활성화에 더욱 앞장 설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미래에셋대우의 공정위 제재 문제가 일단락되면서 시장이 재편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005940), KB증권에 이어 미래에셋대우가 네 번째 발행어음 사업자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발행어음은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의 초대형 투자은행(IB)으로 지정된 증권사가 자체 신용을 바탕으로 발행하는 만기 1년 이내의 어음이다. 금융당국으로부터 발행어음 인가를 받으면 자기자본의 200% 한도에서 만기 1년 이내의 어음 발행이 허용된다. 이를 통해 조달한 자금으로 기업대출이나 부동산 등에 투자할 수 있게 된다.
업계에서는 미래에셋대우가 발행어음 사업 인가를 받게 되면 빠른 속도로 잔액을 늘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IB업계 관계자는 “발행어음의 수신 한도는 자기자본의 두 배인데, 지금처럼 시중에 유동성이 풍부한 상황이라면 은행보다 높은 금리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투자자의 자금을 유치하는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유동성 자산을 일정 비율 이상 유지해야 하고, 기업금융 관련 자산에 50%에 투자해야 하는 등의 운용 규제가 있어 단기간에 시장 지형을 바꾸진 못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발행어음이 증권사에게 좋은 수단이지만 규제가 있는 자금이라서 운용 측면에서 고려해야 할 점이 많다”며 “리스크를 고려하지 않고 투자할 수는 없다”며 이같이 전망했다.
미래에셋대우보다 앞서 발행어음 사업에 나섰던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발행어음 잔액이 8조원을 넘어선 상황이다. NH투자증권이 4조원대, KB증권이 3조원대로 뒤를 잇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