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사업자 대출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올해 4월 10일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금융 당국이 올해부터 대출 총량 규제를 적용하는 등 급증하는 개인 사업자(자영업자) 대출을 잡으려 바짝 고삐를 죄고 있다. 하지만 사실상 가계 부채와 마찬가지인 자영업자 대출을 방치하고 있다가 뒤늦게 수습에 나섰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국내 가계 부채는 1535조원으로 1년 전보다 5.8%(84조원) 늘었다. 부채 증가율은 2016년 11.6%, 2017년 8.1%에서 눈에 띄게 둔화했다. 그러나 가계 부채에 자영업자 빚을 합치면 사정이 달라진다. 소규모 개인 사업자와 민간 비영리 단체 부채를 더한 한국은행 ‘자금 순환 통계’ 상의 가계 부채는 작년 말 기준 1790조원으로 2017년 말보다 6.1%(103조원)나 불어났다.
작년 4분기에는 자영업자 포함 가계 부채가 전년 대비 6.1% 늘어나며 순수 가계 부채(5.8%)와의 증가율 격차가 더 벌어졌다. 이는 정부의 부동산 임대 사업자 등록 권장 정책에 따라 가계가 직접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리기보다 대출 규제가 상대적으로 약한 사업자 명의로 빚내 주택이나 상업용 부동산 등을 사들인 ‘풍선 효과’ 때문이다.
실제로 자영업자 대출의 연간 증가율은 2016년 12.1%, 2017년 15.5%, 지난해 12.5%로 자영업자를 제외한 가계 부채 증가율을 두 배가량 웃돌았다. 자영업 대출에서 부동산 임대업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2015년 말 33%에서 작년 말 40%로 급증했다.
문제는 이 같은 관리 강화 방침이 ‘뒷북’ 대응이라는 점이다. 애초 지난 정부에서 금융 당국은 자영업자를 포함한 전체 가계 부채(자금 순환 통계 상의 가계 부채)를 핵심 정책 관리 대상으로 삼았다. 하지만 현 정부 들어서는 가계 부채를 계산할 때 자영업자 부채를 뺐다. 가계의 소득 대비 부채 비율을 특정 비율(150%) 이하로 낮추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을 이행하려면 자영업자 대출을 제외하는 것이 유리해서다.
이 때문에 이제라도 자영업자를 포함한 전체 가계 부채를 대출 총량 규제의 대상으로 되돌려놓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기구가 각국의 가계 빚 규모를 비교할 때도 자영업자를 포함한 가계 부채를 사용한다. 금융 당국 고위 관계자는 “자영업자 대출은 부동산 임대 외에 실제 사업 목적으로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면서 “과거처럼 가계 부채에 포함해서 함께 관리하면 규제가 획일적으로 적용되는 문제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