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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취임한 문재인 대통령은 검찰과 경찰, 국세청, 공정거래위원회 등 사정기관과 함께 협력하는 을지로위원회를 꾸린다는 계획이다. 재벌의 ‘갑질’을 막고 동시에 중소기업 육성에 힘을 쏟아 우리 경제의 고질병인 대·중소기업 간 경제력 격차를 줄이겠다는 게 골자다.
◇을의 힘이 되겠다던 당내 조직, 법의 힘을 얻다
을지로위원회는 지난 2013년 5월 당시 민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 내부 위원회로 출범한 조직이다. 중소기업과 영세상인 등 계약서 상의 ‘을(乙)’의 권익보호를 위해 만들어졌다. 이후 을지로위원회는 ‘재벌개혁’과 ‘대·중소기업 상생’, ‘자영업자 살리기’, ‘비정규직 보호’라는 4가지 분야에 집중적으로 활동하면서 이제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파수꾼으로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민주당 소속으로 위원회는 고용 문제와 대·중소기업 간 공정경쟁·거래 문제에 집중해왔다. 고용 문제에서 대표적인 성과가 지난해 말 있었던 국회 환경미화원 직접 고용 전환이다. 당시 정세균 국회의장이 이를 직접 발표하는 등 화제가 됐고, 특히 비정규직 문제에 새로운 계기가 될 것이란 반응이 나왔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새로운 위원회 조직도 사내 하청이나 비정규직 처우 개선, 정규직 비중 확대 등으로 방향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을지로위원회 출범 초기 관여한 대기업 관계자는 “(위원회가)기업의 민원 사항을 접수해 상호 간에 중재하는 역할을 주로 해왔다”며 “합리적인 입장에서 역할을 했고, 대기업의 입장도 충분히 경청하는 편이었다”고 말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문재인 대통령의 재벌 개혁 공약들이 언제, 어떤 강도로 현실화할 것인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며 “경제계에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겠다는 방향에는 공감하지만 자칫 경영권 침해와 기업활동이 위축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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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로위원회는 지금까지 정당 내부 조직으로서 경제 주체들의 조력자 역할을 했지만, 이제는 대통령 직속기구로 신설되면서 위상이 달라진다. 조직의 첫 출범목적이나 성격 때문에 자칫 반(反) 기업 기조를 주도하는 기관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사정기관 인력이 참여하기 때문에 기존보다 권한이 막강해지고, 정부 기구로 설치되는 만큼 법적인 권위도 생긴다. 고발이나 제재 권한이 부여될 가능성도 있다.
일각에서는 정권 초기 높은 지지율을 등에 업고 대기업 때리기에 나서지 않겠느냐는 시각도 제기한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재벌 규제의 필요성은 있지만, 그 적정한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도 반드시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며 “제시한 재벌정책 수단들이 정말로 경제를 살리고 모든 국민들이 더 나은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수단인지 그 효과를 꼼꼼히 따져보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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