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코로나19' 보균자 논란에…네덜란드 항공사 "인종차별 의도 없어"

KLM, 12일 공식입장 내고 인종차별 논란 사과
"승무원 의도와 다르게 차별 느낀 점에 죄송"
'백인 아니면 환영 못 받는 항공사' 리뷰 재조명
  • 등록 2020-02-12 오후 7:38:09

    수정 2020-02-12 오후 8:42:30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한국인 승객을 잠재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보균자로 취급했다는 논란에 휩싸인 유럽 항공사가 입을 열었다. ‘승무원이 의도하지 않았지만 승객이 차별 행위로 느낀 점은 매우 죄송하다’며 해명한 것. 하지만 일각에선 해당 항공사의 인종차별적 행위가 종종 있었다며,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터질 게 터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관련기사 [단독]"한국인은 신종코로나 보균자?" 네덜란드 항공사 인종차별 논란 )

김모씨는 지난 10일(현지시간) KLM 비행기 안 승객용 화장실에 한국어로 ‘승무원 전용 화장실’이란 문구가 붙어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사진=김씨 제공)


인종차별 논란에…“차별 느낀 승객에 죄송”

네덜란드 주력 항공사 KLM은 12일 오후 공식 입장문을 통해 “승무원 전용 화장실 운영 및 이의 고지와 관련 불편을 느끼신 해당 항공편 고객님들께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한국인 승객을 잠재적 코로나19 보균자로 간주했다는 지적을 받은 지 하루 만이다.

지난 10일(현지시간) 암스테르담 발 인천행 KLM 항공편에서 한 승무원이 기내 승객용 화장실에 ‘승무원 전용 화장실’이라는 한국어 안내문을 붙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인종차별 논란이 불거졌다. 승객용 화장실을 승무원 전용 화장실로 용도 변경하는 일이 드문데다, 유럽인들 승객도 상당수 있는데 안내문을 한국어로만 적어 한국인 승객만 해당 화장실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것은 인종차별 행위라는 것이다. 최근 유럽에서는 코로나19 관련 ‘아시안 포비아’로 중국인이 아닌 한국인들까지도 종종 차별을 받고 있다.

KLM은 해당 항공기에서 승무원 전용 화장실을 운영한 것은 기장과 사무장의 결정에 따른 것이라면서 영어 안내를 하지 않은 것은 부주의했다고 인정했다. KLM 측은 “해당 승무원이 의도하지 않았지만 승객분들이 차별적인 행위로 느끼신 것에 대해 매우 죄송하다”며 “이 이슈에 내부적으로 조사를 진행하고 유사 사태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12일 KLM은 인종차별 논란에 공식 입장을 냈다. (사진=KLM 제공)


KLM, ‘백인 아니면 환영 못 받아’ 리뷰 재조명

하지만 KLM의 해명에도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을 기세다. 지난 11일 이 문제를 처음으로 제기한 한국인 승객 김모(28)씨는 “승무원 화장실을 마련한 것과 한국어로만 안내 문구를 적은 것은 별개의 일”이라며 “한글 안내 문구만 적어 한국 사람들만 해당 화장실을 사용하지 못하게 한 이유는 여전히 정당화될 수 없다”고 반박했다.

또한 김씨는 굳이 이코노미석 가까이 위치한 승객용 화장실을 승무원용으로 바꿔 사용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지적했다. 김씨는 “승무원 화장실을 마련해서 쓸 경우 보통은 1등석 쪽이나 조종사실 옆 화장실을 쓴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2018년 한 싱가포르 승객이 남긴 KLM 리뷰. 승무원의 인종차별적 행위를 지적하고 있다. (사진=트립어드바이저)


한편 과거 KLM 항공으로부터 인종차별을 당했다는 ‘유색인’들의 리뷰가 재조명되며 관심을 끈다. 글로벌 여행 사이트 ‘트립어드바이저’에는 ‘(KLM) 승무원이 인종차별적이고 무례하다’는 리뷰가 종종 올라온 것으로 전해졌다. 한 싱가포르 승객은 “백인에게는 친절했지만 싱가포르인인 나에게는 퉁명스러웠다”며 “음료 서빙이 시작될 때 승무원에게 따뜻한 음료가 있는지 물었지만, ‘다음 서빙 때요’라면서 다른 음료를 택할 건지 묻지도 않고 가 버렸다”고 밝혔다. 한 이란 승객은 “KLM은 백인이 아니면 환영받지 못하는 항공사”라는 리뷰를 남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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