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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외교·안보라인의 양대산맥인 ‘매파 중의 매파’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보좌관과 ‘비둘기파’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통해 대북 강온 양면 전술을 구사해왔다. 볼턴 보좌관을 통해 ‘대북 압박’이라는 강공 메시지를 발신한 반면, 폼페이오 장관을 통해선 ‘제3차 핵 담판’을 위한 대화의 날갯짓을 보냈다. 본인 역시 2차 하노이 핵 담판 결렬 이후 수차례에 걸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친분을 강조하며 ‘대화의 끈’을 놓지 않으려 하면서도, 때론 강한 어조로 북한에 대해 경고성 발언을 내뱉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북한이 동창리 미사일 시험장을 복구했을 때 “매우 실망하게 될 것”이라는 언급으로 경고를 잊지 않으면서도, 북한이 개성 남북연락사무소에서 돌연 철수했을 땐 ‘추가적 대북제재 철회’ 카드를 꺼내 ‘달래기’에 나선 게 대표적이다.
초미의 관심은 북·미 간 대화의 물꼬를 트기 위해 문 대통령의 ‘굿 이너프 딜’을 받을지로 좁혀진다. 예컨대 포괄적인 비핵화 로드맵을 합의한 뒤, 북한의 영변 핵시설 폐기 및 플러스 알파(+α)와 미국의 금강산 관광·개성공단 재개 결정 등 2~3개의 덩어리로 비핵화 조치와 제재 완화를 맞교환하는 전략이다. 최근 방미(訪美)했던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귀국 직후 금강산 관광·개성공단 재개 등의 어젠다나 이슈에 대해 “정상들 사이에서 좀 더 심도 있게 얘기를 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사실 이번 회담은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작지 않은 시험대다. 북·미 대화를 대표적 외교성과로 치장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견해차만 드러낼 경우 사실상 대북정책의 실패를 자인하는 꼴이 된다. 그렇다고 문 대통령의 대북 유화책을 받아들이는 건 재선을 앞두고 공화당 내 강경파의 지지를 받을 수 없게 된다. 일각에선 지난달 28일 한·미 정상회담 개최 소식을 발표하면서 백악관이 언급한 ‘한미동맹은 한반도 평화·안전의 린치핀(linchpin·핵심축)’에 주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이른바 ‘러시아 스캔들’이라는 정치적 족쇄를 걷어낸 트럼프 대통령이 핵심 동맹국인 문 대통령의 조언을 수용하는 모양새를 갖추기 위해 미리 린치핀이라는 자락을 깔아둔 게 아니냐는 해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에서 어떤 결과물을 내놓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