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오후 4시쯤 장례식장에 도착한 전 전 대통령은 경호원 2명을 대동하고 빈소로 들어갔다. 부인 이순자 여사는 동행하지 않았다.
검은색 정장에 흰 셔츠, 검은 넥타이 차림이었다. 차에서 내려 빠른 걸음으로 빈소 입구로 들어가던 전 전 대통령은 입구에 있는 취재진들을 보고는 “수고들 하세요”라고 말하는 여유 있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빈소에 들어가기 전 방명록에 이름과 함께 ‘故人(고인)의 명복을 기원합니다’라고 적었다.
전 전 대통령은 김 전 대통령의 차남 현철씨와 담소를 나누고 10분쯤 머무르다 빈소에서 나와 오후 4시 12분쯤 장례식장을 떠났다.
전 전 대통령의 조문 여부는 세간의 관심을 모으기는 했지만 오랜 악연을 감안할 때 직접 빈소를 찾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김 전 대통령과 전 전 대통령의 악연은 35년여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79년 12·12 군사쿠데타로 권력을 잡은 전두환 정권은 5·17 조치로 당시 민주화 세력이었던 김 전 대통령을 상도동 자택에 가택 연금했다.
그러나 김 전 대통령은 이에 굴하지 않고 1983년 광주항쟁 3주년을 맞아 23일간의 단식투쟁으로 전두환 정권에 맞섰고, 김대중(DJ) 전 대통령과 손을 잡고 ‘민주화추진협의회’를 결성했다. 이어 1985년에는 신민당을 창당해 전두환 정권 퇴진 운동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김 전 대통령이 취임 후 임기 중반인 1995년에 전 전 대통령과 노태우 전 대통령을 군사반란 주도와 수뢰 혐의로 구속시켰다. 전직 대통령 구속이라는 초유의 사태까지 갔던 만큼 두사람의 악연은 길 뿐 아니라, 그 골도 깊을 수밖에 없다.